진정한 광복이 평화통일의 밑거름_ 이근복 위원장(2024. 08. 20)

아침 일찍 태극기를 걸었지만 광복절을 지내며 참담한 심정을 가눌 길이 없었다. 처절한 항일운동과 36년의 고초 끝에 맞이한 조국 광복을 경축하는 날이었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일본의 역사적 책임에 대해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예견이라도 한 듯 KBS는 새벽에 기모노와 기미가요가 등장하는 오페라를 방영하였다.

두 동강이 된 광복절의 발단은 일본 식민지 지배와 친일파를 옹호하는 김형식의 독립기념관 관장 임명이었다. 그는 독립군을 탄압하기 위해 조직된 간도특설대에서 복무한 백선엽을 구국영웅으로 추켜세우고, 친일논란이 있는 애국가 작곡가 안익태를 옹호하였으니 “이번 독립기념관 관장은 현 정부의 반역사적인 행태의 정점에 있다고 할 수 있다.”는 역사 관련 48개 단체의 성명서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독립기념관 관장의 임명은 현 정권의 해프닝이 아니다.

지난해 일본이 사과조차 하지 않은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배상안을 ‘제3자 변제’로 강행하여 피해자들의 고통을 가중하였고, 육군사관학교에 건립된 홍범도 장군 흉상을 이전하려고 시도했고, 최근에는 일제시대 강제노역의 현장인 일본 사도광산에 강제연행과 노역을 명시하지 않은 것을 묵인하고 유네스코 세계유산등재를 합의해 주었다. 공정을 내세우며 등장한 윤 정권의 특징의 하나는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인물들을 대거 등용하여 기관설립 취지를 전면적으로 훼손하고 장악한다는 점이다. 이진숙을 방송통신위원장에 김문수를 노동부장관에 임명하였다. 또 국사편찬위원회, 한국학중앙연구원, 동북아역사재단에 뉴라이트 계열의 학계 인사를 기관장에 임명하였다.

왜 이런 행태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것일까? 그 뿌리는 무엇일까? 중국과 북한을 고립시키려고 일본과의 화해를 강압하는 미국에 휘둘리는 현 정권이 한미일 3각 동맹 강화를 대단한 국기안보라고 내세우는 까닭에 친일적인 뉴라이트적인 역사관은 국정철학에 잘 맞는다. 식민지 근화대론을 주창하며 나라를 팔아먹은 친일을 조선의 개화와 발전을 위한 애국으로 포장하고, 보수를 내세우며 기득권을 지키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 뉴라이트들이 정권의 동반자로서 적합한 것이다. 더구나 현 정권의 몰지각한 국정운영으로 인하여 합리적인 보수세력이 고개를 돌린 상황에서는 이런 인물들 밖에 선택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한민족이 평화통일의 길로 나아가려면 동북아평화가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가수반은 적어도 광복절에는 일본을 향해 지난 식민지지배에 대한 진정한 반성과 사죄를 해야 하고, 국방비를 늘리고 자위대의 활동영역을 확장하는 시도를 거두고 평화헌법 불개정에 대한 약속을 촉구해야 한다. 그런데 오히려 흡수통일을 공식화하고 노골적으로 북한 체제 흔들기를 공언하였다. 북한의 강한 반발을 뻔히 알면서도 내지른 이 발언에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계속하여 불거지는 사건으로 위기에 직면한 윤 정권이 남북 간 군사대결을 부추겨 돌파구를 열고자 의도하는 것으로 보는 것은 지나친 기우일까?

윤 정부가 대대적으로 국민갈등을 조장한 올해 광복절에 씁쓸한 소득이 있다면, 친일수구세력으로부터 진정한 광복이 없이는 국민은 수시로 모멸을 받을 수밖에 없고 평화통일은 더 요원해진다는 산교육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