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현실주의와 핵 평화주의에 대하여_이문식 공동대표 (24.05.23)

동북아 평화와 한반도 평화의 가장 핵심적 최근 주제는 한반도 비핵화 문제이다. 남북접촉과 북미접촉이 활발히 이루어지는 과정을 거쳤으나 그 결과는 실패로 끝난다. 비핵화 타협의 실패 이후 북한 정부는 ‘핵무력 완성 선포’, ‘핵 보유국 선언’을 시작으로 핵 무력을 급격하게 강화 발전시키고 있으며 대륙간 탄도 유도탄(ICBM)의 성능을 끌어올려 핵 전쟁 능력을 과시하고 있다. 사실상 북한의 비핵화 노력은 실패로 끝난 것으로 평가된다. 최근 나오는 미국 정부의 대북 외교는 북한을 ‘정상적인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고 ‘핵 군축 협정’을 통하여 ‘한반도 비핵화’를 이루려는 방향으로 수정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런 현실 속에서 남한은 북한 핵에 대응하여 핵 무장을 해야한다는 여론이 한국의 보수진영과 미국의 트럼프 진영에서 점증되고 있다. 한국 기독교는 이 상황 속에서 핵 현실주의와 핵 평화주의를 기독교 신학과 윤리의 핵심과제로 삼고 그 선교적 방향을 잡아야 한다.

지난 2,000년간 기독교는 전쟁에 대하여 두 가지의 전통을 강조해 왔다. 즉 ‘평화 지킴’(Peacekeeping)을 강조하는 정당 전쟁론(JustWar theory)과, ‘화평케 함’ (Peace-making)을 강조하는 평화주의(Pacifism)라고 하는 두 입장으로 나뉘어져 왔다. 그러나 핵무기의 등장 이후에는 이 두 입장이 상당 부분 서로 합류하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이 입장을 핵 평화주의(Nuclear Pacifism)라고 말한다. 이 입장은 ‘핵무기 보유를 통해서 (핵)전쟁을 억제하는 것’(Peace-keeper의 입장)은 반대하지 않으면서도 ‘핵무기 사용은 결코 정당화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핵무기의 상호 폐기로 나아가기 위한 과정적 수단으로 인정한다(핵 현실주의, 라인홀드 니버의 초기입장).

이 입장에서는 비록 잠정적으로 핵 보유를 묵인하지만 핵 사용은 결코 정당화하지 않는다. 그것은 핵이 결국 인류의 공멸을 초래한다는 근본적인 이유 때문이기도 하지만, 핵 무기는 그 성격상 무제한적이고 무차별적이기 때문에 민간인과 군인 그리고 군사 시설과 비군사 시설을 구별하여 공격하는 것이 불가능해서 정당 전쟁의 조건을 만족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핵에 관한 한 핵 현실주의자였던 라인홀드 니버도 초기에는 과정적 수단으로서의 핵무기 보유를 인정했지만, 후기에는 아예 과정적 수단으로서도 핵무기 보유를 해서는 안 된다는 절대 평화주의의 입장으로 바뀌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입장에서는 ‘비록 핵 공격을 받았다 하더라도 핵 보복 공격을 해서는 안 된다’고 일관되게 주장한다. 그 이유는 핵 보복 공격을 해도 승리를 달성할 수 없고 정당 전쟁의 기준을 만족시킬 수 없으며 다 함께 공멸하기 때문이다.

핵무기를 사용하게 되면 무고한 시민과 태어나지 않은 생명 그리고 생태계까지 그 피해는 엄청나기에 핵전쟁은 모두 피해자와 패자가 될 뿐이지 누구도 승자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현 시점에서 ‘북한 핵의 폐기’를 위해서 노력해야 할 뿐만 아니라, ‘동북아의 핵 폐기’, 더 나아가 ‘전 지구촌의 핵 폐기’를 위하여 기도하며 애써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한반도의 비핵지대화를 위하여 노력해야 한다. 결국 한반도 비핵지대화 선언은 한반도 평화의 근본과제이다. 한국교회는 평화 선교의 신학적 기초인 핵 평화주의 입장에 근거하여 일관되게 한반도 평화를 실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