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각하는 한반도 평화의 해법1(22. 08. 30)

한국적인 이름을 가지고 있는 나는 한국 사람이 아니다. 나는 지금 한국에서 유학하고 있는 대만 사람이다. 한국에서 유학하고 있지만 ‘한반도 평화가 나와 무슨 상관이야?’라고 생각했다. 내 생각에 한반도 평화는 한국 사람의 집안일이었다. 외국인의 입장으로서 남북관계는 내가 끼지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의문이 아주 많은 스물네 살의 내 마음속엔 아직 풀리지 않는 궁금증이 많다. 언론 매체를 전공하고 있어서 그런지, 아직 안 알려진 남북관계의 사실은 분명히 매체 뒤에 숨기고 있는 것이라 추측하고 있었다. 나는 진실을 알고 싶었다.

또한, 우리 대만 사람이 처해 있는 양안관계가 남북관계와 많은 공통점이 있다는 걸 발견했다. 대만 사람으로서 나는 남한과 북한의 관계를 통해 어떻게 중국인을 대해야 하는지 영감을 얻고 싶었다. 여러 궁금증과 갈망이 점점 커지던 차에 나는 이 한반도 평화학교 프로그램을 신청하게 되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나는 많은 것을 처음으로 접했다. 우선 제주도에 가는 것이 처음이었다. 설렜지만 내가 이런 사유로 제주도에 가게 될 줄은 몰랐다. 대부분 관광객과 달리 나는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제주도를 방문했다. 생각보다 이 섬은 아름다움만큼이나 아픔이 많았다. 4.3평화공원을 방문했을 때 마음이 무척 무거웠다. 여러 희생자의 사진을 보면서 눈물이 차 올라왔다. 이 아픈 역사가 계속 내 마음속에 와닿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내가 한국어를 조금이라도 할 줄 알아서 외국인이 잘 알지 못하는 역사도 알게 되어서 너무 다행이었고, 우리 대만만 이런 아픈 역사가 있는 것이 아닌 것도 알 수 있어서 너무 감사했다.

대만의 2.28사건(1947년 2월 28일부터 5월 16일까지 대만 전역에서 일어난 민중봉기 사건으로 대만 본토 주민 3만여 명이 국민당 등 외성인(外省人)들에 의해 희생되었다)은 제주 3.1사건(제주 4.3사건의 도화선이 된 사건. 1947년 3.1절 28주년을 맞아 군중들의 시위에 경찰이 발포, 6명이 사망, 6명이 중상을 입었다)과 비슷하다. 정부와 국민의 충돌로 인해 많은 억울한 사람이 희생된 이 사건은 대만의 터부가 되었다. 이 사건이 너무 아프기에 사람들이 말을 잘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외국인으로서 한국인에게 민감한 이 사건을 알 수 있게 된 이번 기회가 얼마나 귀한지 모르겠다.

또한, 나는 이 사건을 통해 역사의 공동성을 깨달았다. 2.28사건과 제주 3.1사건처럼 어떤 나라가 가지고 있는 상처는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한 고통으로 경험되고 있을 수도 있다. 만약에 누군가 ‘왜 우리나라만 이런 힘든 일을 겪는가?’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착각이라고 말해 주고 싶다. 그런 생각에서 사람의 공격성이 생길 수밖에 없다. 반면, 넓은 시각으로 세상을 관찰하고 이해하면 진정한 마음으로 이런 아픔을 공감할 수밖에 없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나는 중국인과 처음으로 양안관계를 대놓고 토론했다. 터부는 사람들이 말하지 못하는 것이니까 터부가 된 것이다. 나는 이 터부를 깨고 싶었다. 이 용기가 어디서 생긴 건지 모르겠지만 나는 사람들 앞에서 처음으로 대만 사람의 시각으로 양안관계에 대한 생각을 알려줬다.

“사람들이 항상 역사를 통해서 서로 미워하고 공격한 것 같은데, 공격하고 난 후에 상처를 입어서 또 새로운 싸움을 시작한 것 같아요. 이 반복된 행동이 너무 웃기지 않아요? 역사가 존재하는 의미는 사람들에게 싸우라는 것이 아니라 서로 사랑하라는 것이 아닌가요? 우리는 이미 발생한 역사를 바꿀 수 없겠지만 선인들이 예전에 실수했던 짓을 다시 안 하는 것을 결정할 수 있으니까 우리 서로 예전의 역사와 교훈을 기억하고 서로 사랑하면 좋지 않을까요?” 나는 이 말을 전하고 싶었고, 내 생각에는 이 말이 바로 한반도 평화의 해법인 것 같다.

내가 풀고 싶었던 의문들 중에 아직은 안 풀린 것들이 많다. 그렇지만 안 풀려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꼭 답을 찾아야 평화를 이룰 수 있을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나는 역사는 항상 답이 있는 것은 아님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답을 찾으려고 싸우는데 답이 없는 싸움에 이기려고 싸우는 사람이 되지 말고, 먼저 지는 사람이 되는 지혜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라 생각한다.

입학식 첫째 날에 선생님께서 우리에게 여러 질문을 내셨는데 그 중 하나가 ‘여러분에게 평화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이었다. 그때는 ‘존재하지만 안 보이는 것’이라고 대답했는데 만약에 다시 대답할 수 있으면 아마도 이렇게 대답할 것 같다. ‘평화는 대만 사람인 나와 중국 친구들과 같이 앉아서 평화에 대해 토론하는 것이다’라고.

손상철/한국외국어대 광고PR브랜딩 3학년, 해외청년과 경기청년이 함께하는 2022 한반도 평화학교 참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