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되는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22. 05. 24)

윤석열 정부를 보면서 평생 남북관계를 연구한 사람으로 앞으로의 남북관계가 적잖이 걱정된다. 대북 엄포와 함께 공격적인 언어만 구사하려고 할 것이 분명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반대로 미국에는 착착 안겨 감기는 언사와 행동을 할 것 같다. 지난 5월 10일 윤석열 정부 출범을 전후로 한 언사들, 그리고 21일 한미 정상회담 결과를 보라.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 이미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공식 확인하고 있고, 2018년 이후 수년간 축소된 한미연합훈련도 “올 가을이나 내년 봄까지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겠다”고 하지 않는가. 북한인권 문제도 마찬가지. 유엔에서 북한인권 결의안이 상정됐을 때 “한국이 가장 앞장서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적극적 입장을 취할 것”이라고 했다. 윤 정부의 이런 강한 대북 정책적 드라이브가 과연 남북관계의 긍정적 발전을 유도할 수 있을까? 

향후 대북 정책과 관련, 윤석열 정부가 반드시 인식해야 할 부분이 있다. 대북 정책의 기본원칙을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한반도의 평화정착에 목표를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남한은 가만히 있는데 북한은 도발만 일삼아 우리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는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우리에게는 도발일 수 있다. 도발(provoke)은 상대의 특정한 행동을 끌어내기 위해 의도적으로 하는 자극적 행동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끌어내기 위한 행동이냐는 것이다. 도발을 도발로만 보면 답을 찾아낼 수 없다. 한국도 북한 못지않은 횟수의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우리의 미사일 발사는 대부분 군사기밀에 속한다. 그래서 잘 알려지지 않는다. 반면, 북한의 그와 같은 행동은 순식간에 알려지게 된다. 일반인의 뇌리 속에는 북한의 선제도발이라는 인식을 포함, 대북 적대감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을 수밖에 없다. 남한의 미사일 발사와 대규모 한미연합훈련, ‘대북 선제타격 발언’, ‘9·19 군사합의 파기 가능성’과 같은 언급들을 북한은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자신의 체제를 위협하는 도발로 받아들이지 않겠는가. 얼마 전 남한의 ‘선제타격’ 발언에 김여정 부부장은 김정은의 말을 인용하여 “우리의 주적은 전쟁 그 자체이며 남조선이 아니다. 그 누가 우리를 다치지 않는다면 우리는 결단코 그 누구를 먼저 치지 않는다”라고 한 것은 북한이 남북한 무력대결을 두려워하고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동시에 적대행위 청산을 요구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북한의 모든 정치·군사·외교적 대응은 체제유지로 수렴된다. 북한이 임하는 대화와 회담도 모두 이와 연결되어 있다. 경제발전도 물론 중요하다. 이 또한 체제가 유지되어야만 가능하다. 북한의 핵과 관련된 그 어떤 협상이나 회담도 따지고 보면 모두 적대관계 청산을 통한 체제유지를 목표하고 있다. 핵무장화는 이를 얻기 위한 강력한 수단이자 보루다. 북한 스스로도 핵무장을 “나라의 자주권과 평화를 지키기 위한 조선의 핵전쟁억제력”으로 표현하고 있다.

새 정부는 다시 한번 차분히 들여다보아야 한다. 핵·미사일 능력 강화를 통해 북한이 얻으려고 하는 것이 무엇인지 성찰해야 할 것이다. 핵 위협 속에 담긴 북한의 최종 목표가 무엇인지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결국 체제를 보전하고 북한에 드리워진 각종 제재를 없앰으로써 최종적으로 잘 살아보자는 것 아니겠는가.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대북 적대적 행위의 청산을 요구하는 위협행위이자, 비핵화 협상을 추진하되, 그들이 원하는 방식대로 가져가려는 시도다. 비핵화를 전제로 체제를 보장받고 경제제재 해지를 얻어내려는 협상에서의 발언권 강화다. 미사일 발사는 대화의 포기가 아님을 인식해야 한다. 오히려 북한 체제를 보장받으려는 대화의 요구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대응도 중요하지만 그 원인과 배경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더 중요하다. 북한은 체제 안전만 제대로 담보된다면 비핵화에 응하겠다는 이야기를 수없이 해왔다. 대북 정책은 이에 기초해야 한다. 선 완전한 비핵화와 이를 위한 대미공조 압박이 남북관계의 성공을 보장할 수 있을 것인지 윤 정부는 면밀히 따져보는 일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북한이 비핵화해야 할 것만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비핵화 할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해 제시해야 할 것이다. 지난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그런 제의는 하나도 없다. “대화의 길이 여전히 열려있음”만을 언급하고 있다. 대화를 어떻게 하자는 이야기는 대화의 진정성이 없다는 이야기다. 한반도와 동북아와 관련된 미국의 이해관계가 오히려 북한의 비핵화를 원하지 않는 것이 아닌지 의심하기에 충분하다. 일방적 제재와 압박에 바탕하고 있는 선 비핵화를 북한이 받아들일 리 만무하다. 우리는 우리의 국익을 따져 대북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국익은 주어진 상황에 맞는 해법을 찾는 것으로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미국이 내걸고 있는 북한 선 비핵화를 무작정 추종하는 것이 우리의 국익에는 맞는지, 또한 그것이 과연 실용적인지 제대로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앞이 보이지 않는 윤석열 정부의 대북 정책. 남북관계가 파국으로 치닫지 않게 할 전략을 제시하라. 파국이 온다면 그 책임을 모두 북한에게만 떠넘길 것인지, 그것만이 능사인지 정말 묻고 싶다.

김영윤/ 남북물류포럼 대표

김영윤 박사의 칼럼 전문은 <계간 통일코리아> 여름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