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향민의 선거 유감(22. 06. 07)

제8회 지방선거가 끝났다. 이로써 3월 대선에 이어 국민들 각자 갖고 있던 꿈들은 이루어지기도, 불발되기도 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국민의 반 정도는 아예 꿈을 접어버리기도 했다.

북한에서 살 때 정치는 관심 자체를 가질 수 없었던 분야다. 그런데 대한민국에서도 정치 분야는 관심을 가지기 어렵다. 북과 남은 워낙 다른 체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에 20년 살면서 선거에 빠진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매번 성실하게 꼼꼼히 공약을 들여다보고 투표에 참여해 왔다. 투표한 사람이 당선되면 기분이 좋았다. 그렇다고 당선된 사람이 대통령이든, 지역구 의원이든 결과에 대해 꼼꼼히 평가해 보지는 못했다. 그만큼 삶이 바쁘고 한국의 정치문화를 이해하고 살아가기엔 역부족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올해 2022년의 대선과 지방선거에는 그 어느 때보다 열과 성을 다해 참여했다. 보수진영의 북향민들의 거짓 부풀리기 선동이 한몫을 하기도 했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개개인의 정치적 성향이 비난받아야 할 일인가는 지금도 의문이다. 어느 순간부터 북향민들 사이에서 보수적 성향을 갖고 있으면 떳떳해도 되는데 진보적 성향을 갖고 있으면 감춰야 하고 쉬쉬해야 하는, 심각하게는 공격까지 받아야 하는 현상을 보게 되었다.

위에 언급한 북향민들의 거짓 부풀리기 선동은, 올해 대선 때도 나타났다. 북향민 3만 2천 명이 윤석열 후보를 지지한다는 성명을 몇 명의 북향민 단체장들이 국회에서 발표를 한 것이다. 그 기사를 처음 접했을 때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한국에 입국한 북향민들의 숫자는 통일부 자료에 의하면, 올해 3월 기준으로 33,826명이며, 이 중 사망하거나 해외에 나간 사람들을 제외하면 실제로 살고 있는 숫자는 31,487명으로 집계된다. 그렇다면 여기서 투표권이 없는 10대들을 제외하게 된다면 적어도 유권자수 전체가 3만 명이 채 되지 않는다. 3만 2천 명의 북향민들이 윤석열 후보를 지지한다는 말은 사실이 아닌 것이다. 이에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는 많은 북향민들이 의구심을 가지고 성토를 했지만 지금까지 북향민 사회의 정치참여에 대한 분위기 자체가 보수진영이 우세했기에 그렇게 지나가고 말았다.

북향민으로서 한국에 사는 동안, 날밤을 새며 지방선거 결과를 보기는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드라마 한편을 보는 것보다 더 쫄깃한, 한 지역의 역전승의 결과를 보느라 잠도 잊었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이번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큰 것을 배웠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7회 지방선거 때와는 완벽하게 반대 결과를 가져온, 4년 만에 지방권력을 바꿔버리는 국민들의 심판에 적잖이 놀랐다. 민주당 지지자들조차 민주당이 폭삭 망해야 정신을 차린다는 이야기를 적잖게들 하고 있다.

북과 남에서 반반을 사는 동안 더디지만 민주주의를 완성해가는 남한의 정치문화를 보면서 조금씩 눈을 떠가는 것 같다. 정당일체감에서 비롯된 무조건적인 투표만을 하는 유권자뿐만 아니라 얼마나 다양한 생각을 하는 유권자들이 넓게 펼쳐져 있는지, 대한민국에 살면서 정치문화지형의 변화가 있음을 확실히 보게 되었다.

이런 현상을 보며 개인적으로, 우리 모두 어떤 위치에 있든 누가 보든 말든 각자에게 맡겨진 일을 충성되이 감당할 때 대한민국이 좀 더 나은 국가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부디 윤석열 정부 집권 기간에 한반도통일정책을 유연하게, 실효성있게 이끌어주기를,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국정운영을 해주길 간절히 바란다.

박예영/ 통일코리아협동조합 비즈니스부문 대표, 평화통일연대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