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를 평화지대로(19. 11. 19)

문재인 대통령은 2019년 9월 24일 뉴욕에서 열린 제74차 유엔 총회에 참석하여 기조연설에서 ‘비무장지대의 국제 평화지대’를 제안했다. 정부는 북한 김정일 위원장과 9.19 군사합의를 통해 DMZ를 말 그대로 비무장지대로 바꾸고, 지뢰를 파헤쳐 거두어들이고 있으며, 공동경비구역에서 양편의 군인들이 무장을 해제하고, 6.25전쟁 중 DMZ에서 희생당한 군인들의 177구의 유해를 발굴해 66년 만에 찾아 미국 등 조국의 품에 돌려주기에 이르렀다. 살기와 무기, 적의와 공포로 넘쳐났던 단절의 전쟁터를 서로 오고 가는 대화와 소통의 공간, 평화의 땅으로 바꾸고 있는 문 대통령의 ‘비무장지대의 국제 평화지대화’는 바람직한 미래지향적 제안이라 하겠다.

동서로 250㎞, 남북으로 4㎞의 거대한 녹색지대 DMZ가 비무장지대로 변하면, 그 활용성은 무궁무진하다. 전쟁으로 인한 비극적 공간이었던 DMZ가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았던 오랜 기간 자연생태의 보고가 되었고, JSA, GP, 남북을 나누는 살벌한 철책선은 분단의 역사를 보여주며, 세계가 간절히 평화를 기원하는 역사적 공간이 되었다. 이는 세계가 그 가치를 공유할 인류 공동유산이 된 것이다. 정부는 남북간 평화가 구축되면 DMZ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할 계획이다. 도시와 빌딩을 사이에 둔 독일 베를린의 장벽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DMZ를 판문점과 개성을 잇는 평화협력지구로 지정하고, 남북에 주재 중인 유엔기구와 평화, 생태, 문화와 관련한 기구들이 들어와, 명실공히 국제평화지대로 바꾼다는 것이다.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창을 쳐서 낫을 만드는(미 4:3) 멋진 꿈을 실현하기 위해 가장 시급한 일은 DMZ에 매설된 약 38만 발의 대인지뢰를 제거하는 일인데, 한국군 단독 제거에는 15년이 요구되는 큰일이다. 이 일에도 국제적인 협조가 이뤄진다면 신속히 DMZ는 평화지대로 변할 수 있으며, 남북간 끊어진 도로와 철도가 연결되고, 한반도는 대륙과 해양을 아우르며 연결하는 ‘동아시아 철도공동체’를 실현하여, 평화와 번영을 선도하는 동북아 평화 허브로 발전할 것이다. 한반도는 슬픈 분단의 역사를 끝내고, 평화의 시대, 진정한 국제화로 나가야 하겠다.

한국교회도 복음에 굳건히 서서 기도로 함께 하고 물심양면으로 참여하는 평화의 종들이 되어야 하겠다. 남북의 허리가 봉합되고, 세계로 향하는 도로와 철도가 이어질 때, 한국교회는 세계선교의 주역이 될 것이다. 마지막 남은 복음의 불모지 북한과 중동을 복음화할 기회가 드디어 오는 것이다. 이 놀라운 기회를 하나님의 마음과 비전으로 바라보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하나님의 뜻이 이 땅에 이루어질 수 있도록 애써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평화, 샬롬은 천국을 묘사하는 대표 개념이다. 비록 땅의 평화가 온전하지 않을지라도 크리스천은 평화의 사도로 분단의 땅에 보내졌음을 기억하고, 화목하게 하는 디아코니아를 통해 화해의 메시지를 힘써 전해야 한다.

“그런즉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이라 이전 것은 지나갔으니 보라 새 것이 되었도다. 모든 것이 하나님께로서 났으며, 그가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우리를 자기와 화목하게 하시고 또 우리에게 화목하게 하는 직분(diakonia of reconciliation)을 주셨으니, 곧 하나님께서 그리스도 안에 계시사 세상을 자기와 화목하게 하시며 그들의 죄를 그들에게 돌리지 아니하시고 화목하게 하는 말씀(the message of reconciliation)을 우리에게 부탁하셨느니라”(고후 5:17~19).

주도홍/ 기독교통일학회 명예회장, 평화통일연대 운영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