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섭] 한국종단철도를 달리게하자



시베리아 횡단 철도는 러시아의 우랄산맥 동부의 첼랴빈스크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 약 7400㎞를 1905년에 연결한 대륙횡단철도이다. 오늘날은 이 7400㎞의 노선을 포함하여 유럽의 모스크바와 극동의 블라디보스토크 간의 9297㎞를 연결하는 노선을 지칭하는 것이 더 일반적이다. 이 TSR과 연계된 철도로 중국을 경유한 TCR, 만주횡단철도(TMR),몽골횡단철도(TMGR) 등이 있다. 특히 한반도를 경유하여 TSR 등에 연계되는 철도 루트로 한국종단철도(TKR: Trans Korea Railway)가 논의된 지 오래다. 서쪽으로 모스크바가 종착점으로 되어 있지만, TSR은 확장 연결되어 상트 페테르부르크나 핀란드의 헬싱키, 독일의 베를린 등으로 가는 연계 열차도 편성되어 있어서 유럽 여행을 용이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 이 철도는 한반도를 종단하여 경의선, 경원선 그리고 경부선과 호남/전라선으로 연결되어 있다. 지난 참여정부 때 분단 56년 만에 남북 철도가 열려 서울~신의주간을 시험 운행한 가슴 벅찬 기억을 우리는 갖고 있다.





hongskim@incheon.ac.kr


당시 남북 철도가 연결되고 자유로운 왕래와 금강산/개성 관광과 개성공단의 성공적 개발 등으로 실로 이 땅에 화해와 협력이 뿌리내리고 금방 남북 평화통일이 다가오는 듯한 느낌을 받은 사람들이 많다. 시베리아 횡단철도에서 우리는 먼저 안톤 체홉(Anton Chekhov)을 생각하게 된다. 아직 젊은 서른의 나이에 의욕과 꿈에 불타던 체홉이 미지의 세계, 극한과 금지의 영역에 도전한 것이다. 시베리아 횡단열차가 부설되기 전인 1890년 그는 아직 젊은 나이의 그는 모스크바대학 의학부 출신 의사로서, 권위 있는 푸쉬킨 상을 수상한 촉망받는 작가였다. 그럼에도 그는 미지와 새로움을 찾아 봄볕 따스한 4월 모스크바의 '야로슬라블' 역에서 머나먼 '지옥으로 가는 여행'길에 오른다. 그가 시베리아 넘어 당시엔 세상 끝인 저 사할린에서 보고자 한 것은 무엇이며, 그의 삶을 건 긴 고행 길을 부추긴 진정한 동기는 과연 무엇일까? 시베리아 기차의 또 다른 기억으로 우리는 <닥터 지바고> 영화와 눈 속의 광활한 대지를 달리던 기차를 떠오르게 된다. 시인 지바고의 빛나는 눈빛과 설원의 신화와 거기를 질주하는 기차의 힘찬 기적과 차내 사람들의 다양한 삶들이 어쩌면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진면목인지 모른다. 지금 우리는 오랜 분단의 현실 앞에 거의 좌절해 있다. 남북은 대치된 지 오래고 이를 공고히 하는 듯 핵무기와 남북, 미중의 긴장과 멀리 러시아, 일본의 패권주의적 행태들이 한반도의 통일은커녕 전쟁의 공포로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남북이 소통하고 통일이 가까워오는 것 아닌가 하는 진보정권 10년의 기대가 MB정부 5년으로 모든 것은 냉전의 터널로 깊이 역행하였다. 이를 이은 박근혜 정부도 남북 화해와 평화를 전향적으로 내세우지 못하고, 신뢰프로세스란 새 남북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2013년 10월 말에 부산에서 열리는 WCC(세계교회협의회)10차 총회를 앞두고 지난 해 부터 베를린~부산을 잇는 평화 열차가 준비되어 있다. 세계교회와 한국교회 대표들 117명이 지원하여 23일간 분단의 장벽을 허물고 통일을 이룬 베를린에서 출발하여 러시아를 거쳐 중국 그리고 북한을 거쳐 부산에 이르는 대 장정이 진행되고 있다. 남북철도의 연계운행은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훈이며, 현 박 대통령의 꿈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이번 베를린~부산의 평화열차는 무망하다는 얘기가 들린다. 더 큰 가치와 더 먼 미래와 후손들을 생각하고 민족의 동질성과 긴 역사의 정통성과 비전을 위해 지도자는 결단해야 한다. 평화열차를 막고 있는 거짓, 자만, 욕심, 패거리주의를 버리고, 죽음을 앞둔 이산 가족의 한을 풀어야 하며, 부모자식의 천륜의 정과 도덕을 외면해서 안된다. 분단 2·3·4세대의 아픔과 우리 역사의 동질성과 민족성을 유지, 발전시키는 노력을 버려선 안 된다. 막힌 담은 넘고 거센 강물은 건너야 한다. 높은 산과 험한 사막을 넘어 목표지를 향해 나가야 한다. 평화를 지향하는 평화열차가 달리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