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원] 통일을 산다는 것







올 겨울이 유난히 추울 거라고 한다. 거의 해마다 겨울 초입쯤이면 듣던 얘기지만 올해는 예사롭지 않게 들린다. 이명박 정권에 이어 박근혜 정권 들어서도 남북 관계가 여전히 살얼음판인데다 시국은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1970년대로 되돌아간 느낌 때문이다. 당연한 비판마저도 종북몰이의 광풍이 사회를 꽁꽁 얼어붙게 하고 있다. 양성우 시인의 ‘겨울공화국’이 자꾸만 연상될 만큼 을씨년스럽다.
그래도 겨울은 지나간다. 마침내 봄은 온다. 자연의 순리도 그렇지만 역사의 법칙도 마찬가지다. 남북 분단과 거기서 파생되는 정권의 불의, 사회적 왜곡, 이념유령의 횡행, 신앙의 불완전성, 비인간화, 역사의 굴절, 꿈의 좌절, 경제적 손실…. 이 온갖 부조리들이야말로 하나님 나라에는 어울리지 않는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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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된 남북한, 즉 통일코리아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하나님 나라 같다. 지나친 비약이라고? 그렇지 않다. 반목하고 갈라졌던 형제가 다시 손을 맞잡는 건 평화와 회복이라는 복음의 메시지 딱 그대로다. 그 화해와 다시 하나됨이 가져다 줄 온갖 회복과 평화의 메시지는 또 얼마나 지구적이고 우주적일 것인가. 통일은 우리의 소원이기도 하지만 하나님의 열망이다. 아무리 기도해봐도 그렇다.
그렇다면 한겨울 같은 지금, 어떻게 그 통일을 이뤄갈 것인가. 하나님 나라처럼 남북 통일도 이미 시작됐지만(already), 아직 완성되지 않은(not yet), 즉 완성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지금의 한겨울 같은 상황도 그 멋진 완성 작품을 위한 하나의 장식 같은 게 아닐런지.
통일은 ‘통일’ ‘통일’ 외쳐서만 되는 것이 아니다. 통일을 외치고 기도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통일을 준비하는 것이다. 다가올 통일을 미리 생활 속에서 살아내는 것이다. 완성될 하나님 나라를 미리 살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될 때 어떤 한겨울 같은 상황이 오더라도 통일은 중단없이 나아가게 될 것이다. 어떤 급변사태가 닥친다 하더라도 통일로 인한 부작용은 최소화될 것이다. 통일은 그야말로 재앙이 아닌 축복이 될 것이다.
통일을 생활 속에서 살아간다는 것, 그것은 나를 통일코리아에 적응시키는 일이고 내가 속한 사회를 거기에 맞춰 개혁하고 변혁해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성서가 말하듯 정의가 하수같이 흐르는 사회를 지금 여기서부터 일궈가는 것이다. 통일이 되었을 때 그런 사회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그런 사회를 만들어갈 때 통일은 완성되는 것이다. 이 앞뒤가 바뀐 통일코리아는 그저 장밋빛 환상, 혹은 언어의 유희에 다름 아닐 것이라 본다.
자연의 순리는 그냥 오지만 역사의 법칙, 그러니까 하나님 나라는 그냥 오지 않는다. 하나님의 의지에 인간의 헌신이 호응할 때 하나님 나라는 전진하고 완성되는 것이다. 한겨울 앞에 선 우리의 부르심도 거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