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웅] 민주주의와 통일


          
요즘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으로 촛불시위가 일어나고 국정원 개혁문제가 뜨거운 쟁점이 되고 있다. 지난 2011년 10·26 재보선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대한 디도스 공격은 선거라는 민주주의의 기본을 흔드는, 체제 반역죄에 해당하는 중대한 범죄였다. 그러나 그저 말단만 처벌받았고 유야무야 넘어갔다. 5.16이나 12.12처럼 군인들이 동원되거나 사람이 죽지는 않았지만 이번의 국정원 선거 개입사건도 민주주의라는 국가의 근간을 흔드는, 쿠데타적 사건으로 그야말로 엄중한 사안이다. 국정원은 대선에 영향력을 미치려 했고, 경찰은 사건 의혹을 밝혀내기는커녕 수사를 축소하는 등 중립적이고 공정해야 할 공공기관이 자행한 민주주의 훼손이 심각하기 이를 데 없다. 다행히 기성인들의 무딘 정치의식과 적당히 넘어가려는 양상을 젊은 대학생들은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디도스 사건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대학생들은 유린 받는 민주주의를 시국선언과 촛불집회라는 각성제로 환기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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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곡된 직업구조 속에서 개인 삶을 위해 스펙쌓기에 여념이 없다는 우리 젊은이들이 그래도 여전히 순수하고 민주주의와 공동체에 대한 열정이 있다는 사실에 우리의 미래가 안심이 되기도 한다.
한편 역사교과서 채택문제와 관련하여 야당의 한 의원이 보수적인 교과서를 집필했다는 한 교수와, 집필자도 아닌데 단지 보수적 학회의 임원이라는 이유로 또 한 교수에 대한 △각 개설 강좌에 대한 휴강 및 보강 실시 내역 △연도별 연구비 및 수당 수령 내역 △외국 출장 내역, 출장 보고서 등의 자료 제출을 요청하여 넘겨받았다고 한다. 이것은 의원의 권한으로 합법적인 과정을 통해서라는 것이, 몰래 이루어지는 정보기관의 민간인 사찰과는 다르지만, 필자가 보기에 본질적으로는 하나도 다르지 않다. 욕하면서 배운다는 옛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았다. 학술적인 방법으로 논쟁을 풀지 않고 논쟁점과 관계없는 두 학자의 개인비리를 찾겠다고 조사하는 것은 결코 성숙한 민주주의자의 모습이 아니다. 역사관, 이념을 떠나서 누가 보아도 마땅히 비난받을 만한 참으로 치졸한 반민주적 행태이다.
필자가 군복무하던 군사정권 시절, 생애 최초의 선거에서 내 뜻대로 투표하지 못할 때, 내가 왜 지금, 무엇을 위해 여기에 있나? 하는 자괴감과 분노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우리가 대한민국을 지키는 이유는 우리의 공동체를 지키는 것뿐만 아니라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것이다. 아직까지 성숙되지는 않았지만 우리의 우월한 민주주의 체제를 북한의 비민주적체제로부터 지키려고 꽃다운 젊은이들이 이 더운 여름, 땀을 흘리고 있는 것이다. 교활하게 디도스 공격하고, 음험하게 정치공작하는 자들을 위해, 본질과 다른 개인비리를 찾겠다고 권한을 남용하는 자를 위해 이 땅의 청년들이 밤새 보초서고 힘든 유격훈련을 받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우리의 민주주의를 위해 고생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힘들게 건설한 경제와 피로써 얻은 민주주의 모두를 지켜야 한다. 지키는 수준을 넘어서 성숙되게 꽃피워야 한다. 통일을 위한 거창한 준비는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정치적, 경제적으로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하는 것이다. 풍요롭되 빈부격차가 크지 않고, 자유롭되 소통이 잘 되고 건전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매력 있는 사회로 만들어서 철이 자석에 이끌리듯 북한이 저절로 우리 사회로 하나 되길 원하는, 민주적이고 살기 좋은 사회로 만드는 것이 가장 기본적이고 강력한 통일준비임을 우리는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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