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은주 사무총장 칼럼 - 개성공단의 재가동을 위한 준비


2016년 2월 10일 정부는 개성공단 폐쇄를 선언했다. 잠정적 폐쇄도 아니고 그냥 폐쇄. 통일부 장관은 개성공단 근로자 임금과 기타 비용의 70%가량이 당 서기실 및 39호실에 상납되고 그 돈이 핵과 미사일 개발 등에 사용되기 때문에 폐쇄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에 대한 근거를 밝히라는 요구가 있자 돈의 흐름을 정확히 알 수는 없다며 ‘와전된 부분이 있다’고 해명 아닌 해명을 했다.
개성공단을 보는 시각이 ‘달러박스’에 맞춰져 있다면 말릴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하지만 이는 다분히 북한경제 전체를 내다보지 못한 채 하는 장님 코끼리 만지기에서 비롯된 사고이다. 개성공단 재개를 위해서 무엇보다도 점검해야 하는 부분이다.
달러화가 국제거래의 기축통화 지위를 유지하는 한 달러보유는 대외거래에 필수적이다. 개성공단 임금지불로 한 해 약 1억불이 들어갔었다. 이 현금 흐름이 북한정권의 체제유지비용으로 쓰인다는 항간의 우려는 그 근거가 아주 없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조금만 들어가 보면 개성공단 이외의 달러유입경로가 더 다양하고 넓어서 개성공단폐쇄가 결정적인 타격이 될 수 없음이 명확하게 보인다. 외국파견 근로자(외화벌이꾼) 20여만 명을 통해 20억불 가까이 유입되고 있는데다가 미사일 1기 판매로 약 6억 원가량을 벌어들일 수 있다.(대북제재결의안 영향으로 위축되어 있지만) 이외에도 북한은 무엇보다 중국과의 물물교환 거래를 유지하고 있다. 
북한의 계획경제 시스템은 1990년대 사회주의권 체제전환기에 함께 붕괴되었다. 북한 스스로도 2002년 7.1경제관리개선조치를 통해서 변화를 꾀했다. 2009년에는 화폐개혁도 단행했다. 김정은 집권 5년 동안도 ‘우리식 경제관리방법’을 토대로 독립채산제 방식의 자유화조치를 이어왔다. 그 결과 현재 북한에서는 공식?비공식 장마당이 크게 활성화되어 가는 추세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2015년 30주년을 기념하며 발표한 총서에 따르면 북한의 1인당 명목 GDP가 2012년에 815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1990년 이후 장기간 부침을 거쳐 동일한 수치에 이른 것이고, 2015년에는 1013달러에 달해 최초로 1000달러를 넘어섰다.

북한은 수치적으로는 이제 절대빈곤국 단계를 넘어섰다. 물론 시장 확장에 따라 기득권층의 부의 축적과정에서 소외되는 인민들이 늘어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는 문제가 있다. 바야흐로 북한 사회구성체 성격이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농민과 노동자들의 혁명으로 구축한 국가 주도의 계획경제시스템은 일찍이 무너졌다. 그런 면에서 우리가 알고 있던 사회주의 국가로서 북한은 이미 붕괴한 셈이다. 북한은 1990년대 동구 사회주의국가들의 체제전환기에 이미 ‘우리식 사회주의’담론을 내세운 바 있다. ‘고난의 행군기’를 지나 ‘선군정치기’를 마감하고 새롭게 등장한 지도부는 ‘우리식 경제관리방법’으로 변화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전 세계가 회의적으로 바라 봤던 핵?경제병진노선을 다시 주창한 김정은은 2016년 두 차례 핵실험으로 체제안정 보장 카드를 쥐게 됐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더욱 더 경제개발 축을 세워가려 할 것이다. 마침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우선주의를 내세우는 실리주의자로 보인다. 북한은 섣부르게 미국을 자극하는 대신 협상을 통해 대북제재를 약화시키는 전략을 취할 공산이 크다. 우리는 이 막중한 시기에 외교상 식물국가이다. 북한 핵에 대한 위협론만으로는 동북아 세력재편질서 속에 자리를 차지할 수 없다. 급할수록 돌아가야 한다. 다행히 우리에겐 걸어 봤던 길이 있다. 남북관계를 복원하고 미국과 중국, 러시아와 일본을 향해 평화적 경제공동체를 제안하고 솔선수범한다면 식물국가에서 조정국가로 역전이 가능하다.

윤은주 박사 / 평통연대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