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각하는 한반도 평화에 대한 해법5(22.12.14)

한반도 평화는 어떻게 이루어야 할까?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과 판문점 선언으로 시작된 대화의 판이 사실상 깨진 후, 한반도 정세가 남북 간, 북미 간 강대강 국면으로 치닫는 현재 한반도 평화가 단기적으로 이루어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물론 이 와중에도 남북의 군사적 대치로 인한 우발적 충돌의 방지와 같은 한반도 평화를 위한 과제들이 있다. 그러나 본 글에서는 필자가 생각하기에 한반도 평화의 더 근본적인 해법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남북한 대결의 역사를 분단체제로 이해하자.

한반도에 지속가능한 평화가 오랫동안 정착되지 못하고 오히려 현재 ‘소극적 평화’마저 깨어질 위험이 더욱 커진 이유는 무엇일까? 누군가는 북한의 도발을 그 이유로 말하고 다른 누군가는 한국과 미국이 북한에 대한 안전을 제대로 보장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하며 이 두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라 말하는 이도 있다. 그러나 어느 한 당사자에게 책임이 있다는 말이 한반도 평화가 지금껏 구축되지 못한 이유에 대한 설명으로 충분한가? 필자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한반도 평화 정착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한국전쟁으로 시작된 대결의 역사이다. 남북한의 단독정부가 각각 수립되고 발생한 한국전쟁은 남북 간, 북미 간 적대관계를 심화시켰다. 우리 사회에서 “북한은 남침으로 전쟁을 일으킨 존재인데 저들과 왜 대화해야 하는가”라는 주장을 심심치 않게 들어볼 수 있다. 한국전쟁은 한반도의 분단체제가 고착화하도록 만들었다. 이후 남북 간 벌어진 상호 간 군사도발과 군사 충돌, 최근에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한미 연합훈련도 한국전쟁의 기억, 분단체제라는 구조와 얽혀 근본적으로 한반도의 평화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바로 이 모든 역사를 분단체제의 구조 속에서 이해하는 것이다. 단일한 군사 충돌 사례에서부터 그 모두를 아우르는 대결의 역사 전체를 상대방의 책임으로 인한 일이 아닌 분단체제라는 구조 속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일, 남한과 북한의 대결이 아닌 분단체제를 이용했던 정권과 그 속에서 남북한 민중이 받았던 고통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그 분단체제를 남북이 함께 극복해야 한다는 인식을 가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접근을 통한 변화: 북한은 우리가 접근하여 변화시킬 상대이다.

‘접근을 통한 변화’는 과거 독일의 분단 시절 서독이 동독에 시행했던 정책의 목표였다. 당시 동방정책의 설계자였던 에곤 바르는 동독을 비롯한 공산주의 정권은 없앨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다만 변화시킬 대상이라고 이야기하였다. 서독은 1960년대 후반부터 동독에 대해 접근정책을 시행하였고 그 결과 동서독 간 교류가 대폭 증가하였다. 이는 이후 1990년 독일 통일의 밑거름이 되었다.

물론 동서독의 통일 사례를 한반도의 통일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논쟁이 있을 수 있지만, 상대방의 존재를 인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접근정책을 펼쳐 상대방을 변화시키고 이를 통해 상대방과의 적대관계를 해소하는 방법은 전 세계 그 어느 곳에서도 통할 수 있는 평화 구축의 방법일 것이다. 이는 당연히 한반도에서도 마찬가지다.

한반도 평화를 이야기할 때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이들 중에는 북한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가진 이들이 많았다. 과거에는 한국전쟁을 일으키고, 현재까지 수많은 군사도발을 감행해왔으며, 지나치게 폐쇄적이고 심각한 인권침해 국가이기까지 한 북한과 어떻게 평화를 도모하겠냐는 것이 그들의 목소리이다.

물론 그들이 이야기하는 북한의 부정적 단면은 허구가 아니다. 그러나 이는 북한이 변화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지 한반도 평화를 위한 노력이 무의미하다거나 북한과는 상대조차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북한의 존재를 진정성 있게 인정하고 북한에 접근하고자 노력해야 한다. 물론 북한 체제, 북한 정권에 대한 비판은 당연히 필요하지만, 그것도 모두 북한을 무조건 부정하지 않는 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북한을 인정하고 변화시키고자 노력할 때, 한반도 평화는 더욱 가까워질 것이다. 그러나 북한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가 먼저 변화해야 한다. 우리가 한반도 평화를 막고 있는 분단체제에 대해 바르게 이해하고 우리 사회 내 남남갈등을 건설적으로 해결하며 이를 바탕으로 북한에 접근할 용기를 가질 때, 한반도 평화가 성취되는 매우 중요한 조건 중 하나가 갖추어지게 될 것이다.

최재혁/ 동국대 북한학과 석사과정, 2022 한반도 평화학교 참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