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나라, 평화를 외치자 (23.01.06)

한반도의 평화가 위협받고 있습니다. 

1953. 7월 정전협정으로 인해 이 땅의 전쟁 포화가 그친 후 70년 동안 한반도에서 전면전이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평화를 지키자는 평화협정도 아니고 잠시동안 전쟁을 멈추자는 정전협정이었지만 70여년 이라는 긴 세월을 전쟁 없이 지내온 것입니다.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그런가 하면 남과 북 지도자들과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4대 강대국들의 지혜였습니다. 물론 남북 당사자들이나, 주변 4대국의 지도자들이 줄곧 평화를 외치는 자들은 아니었습니다.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는 냉엄한 국제 정치의 현실은 참으로 무서울 정도로 이기적입니다. 국가 간 집단이기주의의 불꽃이 조금도 사라지지 않고 있지만 한반도에서는 70년 동안이나 남과 북 사이에 전면전이 재개되지는 않았습니다. 참으로 놀라운 일입니다. 물론 수도 없이 남북 간 소규모의 분쟁이 일어났습니다. 소위 말하는 국지전입니다. 국지전은 자칫하면 전면전으로 비화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반도의 평화는 지켜져 왔습니다. 전쟁이 없는 상태가 곧 온전한 평화는 아닙니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전쟁 상태를 평화가 유지되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전쟁처럼 비인간적이고 반역사적인 사태는 없습니다. 지난 역사가 그러했듯이 가장 참혹한 전쟁 상태를 합리화하는 거짓 평화주의자들이 계속 존재해 왔던 것은 사실입니다. 지금도 거짓 평화주의자들은 꺼덕하지 않고 존재하고 있습니다.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 전쟁은 필연이라고 주장합니다. 특별히 세계 유일의 분단국인 대한민국에서는 남과 북을 상호 대적으로 설정하고 우리가 한반도의 평화를 지키는 정통 정권이라고 선전하고 홍보해 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반도에서 7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상대의 존재 자체를 깡그리 부인해야만 가능한 전면전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평화를 외치는 사람들의 힘이 전쟁을 외치는 자들의 기운을 이겨낸 결과입니다. 


정전 70년 이후 남과 북은 5~6회의 정상급 회담이 있었고 그 회담의 결과물들이 공동 성명서 형식으로 발표되곤 했습니다. 1972년 7‧4 공동성명으로 시작된 정상 간 대화는 2018년 9월 18일 평양 남북정상회담까지 지속되었습니다. 남북 간 정상들의 만남은 두 번은 보수적인 정권의 대통령이었고 세 번은 진보적 정권의 대통령이었습니다. 남북정상회담의 한결같은 전제는 남북 간의 서로 다른 체제를 인정하는 것으로 출발했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상호 간 다른 체제를 인정하지 않으면 만남이나 대화 자체가 불가능한 것은 자명한 진실이기 때문입니다. 다행스럽게도 남북 간 정상회담의 주체 가운데는 보수 정권의 두 지도자(박정희, 노태우)가 우뚝 서 있다는 것은 우리 민족의 행운이요 축복입니다. 박정희 대통령이 7‧4 공동성명을 통해 열어 놓은 길을 노태우 대통령이 <남북기본합의서>를 통해 완성시켰고 노태우 대통령이 설계해 놓은 남북 관계를 김대중 대통령이 실현했던 것은 남남갈등의 근원적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한 셈이었습니다. 

1998년 2월 15일 김대통령 취임사의 핵심은 남북문제의 개선과 통일에 대한 비전이었습니다. 거기서 김대통령은 이렇게 말합니다. “김대중 정부의 대북 정책은 노태우 정부가 세워놓은 남북기본합의서의 실천입니다.” 


유감스럽게도 윤석열 정부에서는 김대중의 평화를 위한 숭고한 정신은 사라지고 남북 간의 긴장 수치가 급속하게 치솟고 있습니다. 

“압도적 전쟁 능력을 준비하라.” “북핵을 두려워 말고 자신감을 가지고 대응하라.”

다 옳은 말이지만 국군통수권자요, 한반도 평화 지킴이의 선두에 서 있는 대통령의 언어는 아닙니다. 후보 시절엔 선제타격론 운운하여 쓸데없이 남북 간 긴장 지수를 높이더니, 대통령이 된 이후에도 대통령의 언어 습관은 고쳐지지 않고 있습니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국내 정치만 아니라 국제 정치 또는 국가 간 경제 현황에 대해 심대한 영향력을 미친다는 것은 만인이 다 알고 있는 상식입니다. 어쩌다가 국지전이 일어나면 가장 먼저 불을 끄고 국민들의 분노 감정을 다스려 나갈 사람이 대통령입니다. 지금은 불행하게도 한반도의 평화 진전을 위해 대통령에게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 국민적 상식이 되어버렸습니다. 전쟁은 연습이 아닙니다. 엄밀히 따지면 옳고 그름도 없습니다. 전쟁 예방만이 지고지선입니다. 전쟁이 일어나면 상상할 수 없는 공황 상태가 급속히 도래합니다. 전쟁 전에 뭐라 뭐라 떠들던 사람들의 헛된 주장은 온데간데없어지고 참담한 슬픔과 고통만 남게 됩니다. 어떤 논리, 어떤 말로도 전쟁을 합리화할 수는 없습니다. 먼저 전쟁을 일으킨 당사자(국가)가 전범이지만 전쟁을 막지 못한 자도 반보의 차이밖에 없는 전범이라는 것을 분명히 각성해야 합니다. 러시아가 먼저 침공했으니 푸틴이 지탄받아야 할 전범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전쟁 발발 이후 10개월 만에 우크라이나의 민간인들이 7,000여 명이나 죽었습니다. 우크라이나의 대통령 젤렌스키는 결코 영웅이 아닙니다. 푸틴 다음의 전범입니다. 전쟁을 막았어야 합니다. 어쩌다 전쟁이 일어났으면 사활을 걸고 전쟁을 중지하고 종식시켜야만 평화의 사도가 될 것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압도적 군사력을 통해 이루고자 한 평화는 거짓 평화입니다. 어떤 경우에도 이 땅에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온 국민이 소리를 높여야 합니다. 전쟁 방지에는 여야도 없고 진보니, 보수니 하는 이념 논쟁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할 수 있을 때, 가능할 때 온 국민이 일어나 한결같이 외쳐야 합니다. 

평화, 평화만이 살길입니다. 올해는 정전협정 70년이 되는 해입니다. 올해는 반드시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국민적 숙원이 성취되어야 할 것입니다. 가만히 앉아있어서는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없습니다. 일어나야 합니다. 외쳐야 합니다.평화! 평화만이 살길입니다.


일어나라, 평화를 외치자 /  강경민 평화통일연대 상임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