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무장 지대 DMZ를 밟다(22. 09. 27)

지난 9월 17일, ‘경기 청년과 해외 청년이 함께하는 한반도 평화학교’에서 경기도 연천, 강원도 철원에 있는 비무장 지대인 DMZ 일대를 탐방했다. 분단된 한반도에서 여러 가지 의미를 지니는 DMZ 땅을 직접 밟는 일은 평화와 통일에 대한 감수성을 일깨우는 데 빠질 수 없는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DMZ는 어떻게 보아야 잘 보일까? 필자가 느낀 DMZ 탐방시 주목해야 할 관전 포인트를 얘기해보겠다.

DMZ(Demilitarized Zone)는 그 명칭대로 비무장 지대로, 정전협정 당시 UN군 측과 북한군, 중국군 간의 합의를 통해 군사분계선을 기준으로 쌍방 간 완충지대로 설정된 곳이다. 따라서 이곳에는 군사 시설을 설치할 수 없는데, 정전 이후 남북 쌍방이 DMZ 내에 GP를 비롯한 여러 군사 시설을 설치하고, 중화기 등을 들이게 되면서 비무장 지대라는 명칭이 무색하게 중무장 지대가 되고 말았다.

이는 남북이 쌍방으로 정전협정을 위반하고 있는 현실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DMZ 일대를 거닐다보면 지뢰가 매설된 지역을 경고하는 표시를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는데, 이처럼 사실은 중무장 지대인 DMZ에서 우리는 아직 반쪽밖에 되찾지 못한 한반도의 평화의 현실을 실감할 수 있다.

지난날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걸어서 군사분계선을 넘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군사분계선을 넘기 전 DMZ 내부에 출입하기 위해 유엔사의 허가를 받았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영토는 우리 헌법 제3조에 따라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이다. 그렇기에 DMZ 일대 역시 대한민국의 영토임이 분명하다. 그런데 이곳을 방문하기 위해서는 국가 원수인 대통령조차 유엔사의 허가를 받아야만 한다는 것이다.

이는 정전협정 당시 유엔사가 DMZ를 관할하도록 합의되었기 때문이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주변 국가들의 영향력으로 인해 한반도 문제를 우리 민족의 자주적인 역량만으로 풀어나가지 못했던 역사의 축소판이 DMZ에 담겨 있는 것일까? 분단으로 인해 우리 영토에 대한 권한까지 외부에 넘겨주게 된 현실을 자각할 때, 평화와 통일의 필요성은 더욱 와닿는다.

DMZ 일대를 탐방할 때 빠뜨릴 수 없는 곳이 있다. 바로 전망대이다. 이번에 방문한 애기봉평화생태공원과 태풍전망대를 포함한 DMZ 내의 전망대에서는 북한 땅이 바로 앞에서 보이고 운이 좋으면 망원경으로 북한 주민들의 모습까지 볼 수 있다. 이렇게 가까이 있음에도 단절되어 버린 남북의 모습이 과연 이상적인가?

이번 활동에서 방문한 장소는 아니지만, 정전협정 제1조 5항에서는 한강하구 중립수역에 대한 규정이 있다. 또한 과거 판문점의 공동경비구역(JSA)은 남북이 이름 그대로 공동으로 경비를 맡던 곳이었다. 그러나 두 곳 모두 남북 대결, 그리고 그로 인한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인해 그 명칭이 무색하도록 남북 각각의 영역으로 단절되어 버렸다. 이 두 곳을 포함하여 DMZ 일대 모두가 대결과 단절의 상징이 아닌 연결과 소통의 상징으로 변하는 때가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시작점이지 않을까?

필자는 이번 활동을 포함해서 여러 차례 DMZ 내부를 탐방한 경험이 있다. 그 중 특히 기억에 남는 장소는 5월에 방문했던 판문점 내부의 T2 건물이다. T2 건물의 이름은 일시적이라는 뜻의 영어 단어 ‘temporary’의 첫 글자 ‘T’를 따서 지은 것이다. 그러나 그 건물의 존재는 결코 일시적이지 않았다. 우리 한반도의 분단처럼 말이다.

DMZ를 탄생시킨 정전협정의 서언에는 정전협정이 한반도 문제의 ‘최후적인 평화적 해결’이 달성될 때까지 서로 간의 적대행위를 금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한반도 문제의 최후적인 평화적 해결은 정전 후 수십 년이 지나도록 이루어지지 않았고, DMZ는 중무장 지대가 되었다. 그 속에서 수많은 군사충돌도 일어나며 정전협정은 절반만 지켜졌고 현재의 한반도 평화도 반쪽짜리 평화일 뿐이다.

그렇다면 DMZ를 중무장 지대로 만들어버린 한국전쟁과 남북 간 충돌의 역사를 치유하는 것이 DMZ를 비무장 지대를 거쳐 평화지대로 만드는 일의 시작점이지 않을까? 남북이 서로에 대한 증오와 불신을 이유로 DMZ를 중무장시킨 것을 되돌리기 위해서는 남북 대결의 역사를 서로에 대한 증오의 이유가 아닌 분단으로 인한 상처로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을 남북이 함께 극복해야 한다.

DMZ를 방문하는 모든 이들이 위의 네 가지 관전 포인트를 마음속에 품은 채 탐방을 진행한다면 한반도 평화를 위한 감수성을 가진 진정한 ‘평화 시민’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 모두의 노력이 모여 DMZ를 포함한 한반도는 평화의 땅으로 탈바꿈할 것이다. 이 글을 읽은 모든 이가 한 번쯤 DMZ를 찾아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보길 바란다.

 최재혁/ 동국대 북한학(석사과정), 2022 한반도 평화학교 참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