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큐 아베(19. 09. 03)

요즘 장안의 화제인 책이 있다. 특이한 제목의 『반일 종족주의』다. ‘반일 종족주의’가 무슨 뜻인지를 봤더니 한국에서 이어져왔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반일’(反日)을 ‘집단 적대 감정’으로 치부하고 있다. ‘거짓말의 나라’란 타이틀이 붙은 책의 프롤로그는 일본이 아닌 한국을 고발하고 있다.

“한국의 거짓말 문화는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2014년에만 위증죄로 기소된 사람이 1400명이다. 일본에 비해 172배라고 한다. 인구수를 감안한 1인당 위증죄는 일본의 430배나 된다. 허위 사실에 기초한 고소, 곧 무고 건수는 500배라고 한다. 1인당으로 치면 일본의 1250배이다.”

일본인 개인의 정직성은 익히 알려져 있는 것이다. 한국인의 부정직성도 부끄럽지만 반성할 대목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이 책은 너무 나갔다. “(중략) 한국인의 정신문화는 샤머니즘이 기원이고 샤머니즘의 집단은 종족이거나 부족이다. 이웃 일본을 세세의 원수로 감각하는 적대 감정이다. 온갖 거짓말이 만들어지고 퍼지는 것은 이 같은 집단 심정에 의해서다. 바로 반일 종족주의 때문이다. 이를 그냥 안고선 이 나라의 선진화는 불가능하다. 선진화는커녕 후진화할 것이다. 거짓말의 문화 정치 학문 재판은 이 나라를 파멸로 이끌 것이다.”

‘거짓말의 나라’ 한국은 이대로 간다면 파멸로 끝나고 말 것이라는 경고다. 아니 저주다. 그런데, 어디서 많이 보던 패턴이다. 일제 식민지 시절 소위 지식인이란 자들 중엔 민족주의에서 친일로 돌아섰던 이들이 적지 않다. 그들의 하나같은 주장은 ‘조선의 민족성을 가지고는 미래가 없고, 따라서 이 민족에겐 희망이 없다’는 거였다. 그래서 내선일치, 대동아공영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고, 말로써 글로써 적극 주장함으로써 민중을 선동했던 것이다. 그렇게 해서 일제 앞잡이가 되었던 것이다.

반면, 단재 신채호 선생은 민족의 끊어진 정신, 그것은 역대 사대주의 사가들의 ‘역사 왜곡’ 때문이라 생각했다. 가난하고 병약한 몸으로 옛 고구려, 발해 유적지를 다니며 흩어진 역사의 흔적들을 주워 모았던 이유다. 그것이 뤼순 감옥에서 집필한 유작 『조선상고사』다.

단재는 묻는다. 우리의 사학계가 이와 같이 시각장애, 청각장애, 지체장애 등 각 병들을 모두 가져서 정당한 발달을 하지 못하게 된 것은 무슨 까닭인가 라고. 그것은 너무 빈번한 내란과 외환 등 천연 재화(災禍)에도 약간의 원인이 있지만 그보다는 역사 기록자들의 사대주의, 스스로의 역사 폄훼와 단절 등을 꼽았다.

민세 안재홍은 『조선상고사』 서문에서 그런 단재를 이렇게 평했다. “그는 당시 사상의 오탁(汚濁)과 도의의 저하에 분개하여 그 병인(病因)이 국가의 사통(史統)이 바로잡히지 못함과 민족정기가 두드러지지 않음에 있음을 똑바로 보았다. 그리고 그 모든 원인이 선유(先儒)들의 사필(史筆)의 왜곡과, 가치의 전도(顚倒)와, 시비(是非)의 착오(錯誤)에 있음을 역설하였다. 이리하여 신(申) 단재는 엄연히 당시 국민사상 개혁의 선봉(先鋒)에 서게 되었다.”

만약 단재 선생이 『반일 종족주의』를 봤다면 뭐라고 했을까? 단번에 이렇게 평했을 것 같다. ‘사상을 오염시키고, 역사를 왜곡하고, 옳고 그름을 헷갈리게 하며, 마침내는 민족정신을 병들게 하는 것’이라고.

많은 이들이 아베에 감사하고 있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아배 덕분에 먼지 묻은 채 책장에 버려지다시피 있던 『조선상고사』를 마치 잃었던 보물을 되찾은 것처럼 다시 꺼내 읽고 있기 때문이다. 아베 덕분에 우리의 광복이 미완이었다는 게 더욱 와닿았기 때문이다. 아베 덕분에 미완의 광복의 완성인 남북의 화해와 통일을 위해 더욱 매진해야 함을 새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땡큐 아베!

김성원/ 평화통일연대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