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것들을 위한 평화(19. 07. 30)

나는 요즘 방탄소년단의 노래 ‘작은 것들을 위한 시’에 등장하는 ‘너’를 인격화된 ‘평화’로 대치해서 감상하고 있다. 덕분에 노랫말처럼 평화를 알게 된 이후에는 나의 일상이 온통 평화이길 바란다. 사소한 작은 습관들까지 평화이면 좋겠다. 세계의 평화나 거대한 질서보다 그저 나에게 중요한 것은 작은 평화를 지키는 것이며, 그러한 평화의 전부를 함께하고 싶어진다.

평화는 원래 작은 것들을 위한다. 큰 것들을 위한 평화는 거짓 평화다. 평화의 목적이 커지려고 하는 욕망이나 자기 자신에게 있으면, 평화를 이유로 전쟁을 할 수도 있다. 평화가 큰 것들을 위할 때 작은 것들은 소외되고 착취당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평화의 목적은 작은 것들이어야 한다.

작은 것들을 위한 평화는 어떤 모습일까?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문정현 신부는 ‘평화가 무엇이냐’라는 노래에서 단순명쾌하게 선포했다. “공장에서 쫓겨난 노동자가 원직복직하는 것, 두꺼비 맹꽁이 돌고래가 서식처 잃지 않는 것, 가고 싶은 곳을 장애인도 갈 수 있게 하는 것, 이 땅을 일궈온 농민들이 (땅을) 빼앗기지 않는 것”이 평화라고. 나아가 “군대와 전쟁이 없는 세상, 성매매 성폭력 성차별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세상, 배고픔이 없는 세상, 서러움이 없는 세상, 쫓겨나지 않는 세상, 군림하지 않는 세상”을 노래했다.

이렇게 작은 것들을 위한 평화와 세상은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너무 당연한 대답이겠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은 것들을 하나씩 하면 된다. 큰 것들을 위한 평화를 만들려고 하면 너무 버거워서 아무런 실천을 안 할 수가 있는데, 작은 것들을 위한 평화는 말 그대로 작은 것들부터 실천하면 되니 훨씬 수월하다. 문재인 정부의 ‘일상을 바꾸는 평화’가 성공하기 위하여, 우리는 평화를 위해 일상을 바꿀 수도 있어야 한다. 우리가 먹고 입고 타고 소비하고 누리는 작은 일상부터 평화가 아닌 것들은 과감히 포기하고 줄여야 한다.

세계적인 평화학자 요한 갈퉁은 평화의 도식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공평과 조화의 곱에 비례하고, 상처와 갈등에 반비례한다고. 평화를 크게 하려면 공평과 조화를 함께 늘리고, 상처와 갈등을 작게 하면 된다. 과정과 결과 모두 공평하고 조화롭도록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를 배려할 수 있어야 한다. 내가 상처받지 않기 위하여 남에게 상처 주는 행위를 줄이고, 갈등을 해결하는 데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나는 전국의 초,중,고등학교에 다니며 특강식으로 통일교육을 하고 있는데, 저학년일수록 두드러지는 특징이 있다. 통일 되면 무엇이 좋겠냐고 초등 저학년 아이들에게 물어보면 “북한 친구들과 운동장에서 같이 뛰어 놀 수 있는 것”이라고 답한다. 작은 아이들에게는 아직 경제 관념이 없어서, 통일 되면 우리나라가 커져서 좋다거나 돈을 많이 벌 것 같다는 등의 큰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그저 지금처럼 자기를 행복하고 재밌게 해주는 작은 일들을 북한 친구와도 함께하고 싶어하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의 작은 행복이 다른 이들과도 함께 하며 커지는 것이 평화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는 소확행의 시대에서 소확평의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 점점 많은 이들이 작지만 확실한 평화를 함께 경험하면 평화가 온전하게 커질 것이다. 그럴 때 지금은 너무 작아서 보이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우리의 평화가 희망이 된다.

더불어 평화를 위하여 내가 작아지는 일도 감내해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평화를 위하여 자신을 작게 만드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지난 6월 30일 남북미 정상이 역사상 최초로 한자리에 모였을 때, 남한의 대통령은 작은 자리를 자청했다. 평화의 키를 쥐고 있는 두 주인공들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다. 정치적 욕심에서라면 하지 않았을 그 행동은 큰 울림과 감동을 주었다.

2000여년 전에 평화의 왕으로 이 땅에 오신 분도 가장 작은 모습이었다. 평화를 위하여 자기가 작아질 수 있는 것이 가장 위대한 일이다. 참 평화를 아는 이들은 평화 이외의 모든 것들을 작게 하는 데에 주저함이 없다. 그런 사람들이 많아지고 그런 실천들이 점차 커질 때, 우리는 작은 것들을 위한 평화가 가득한 세상을 선물로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김태훈/ 평화통일연대 청년위원장, 통일교육원 학교통일교육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