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한반도 평화, 무엇부터 시작해야 하나?(19. 4. 23)

북한의 비핵화가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이를 통해 한반도의 평화를 정착시킬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북한의 비핵화에 목을 매달고 있다시피 한다. 하지만 한 번 물어보자. 북한의 비핵화만이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이루는 유일한 수단인 것인지. 북한의 비핵화가 한반도 평화와 번영의 필요조건이기는 해도 충분조건은 아니다.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북한의 비핵화를 실현시켜야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북한이 비핵화를 할 때까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오직 제재와 압박만 가하고 있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말이다. 평화를 위한 다른 길이 있다면 가야 하지 않겠는가.

미국에게는 지금 오로지 대북한 선 완전한 비핵화만 있다. 제1차 북미정상회담(2018.6.12.)을 한 이후 북이 더 이상 핵실험도 미사일 발사도 하지 않았는데도 대북제재는 강화되기만 했다. 북한은 선 완전한 비핵화를 완강히 거부한다. 체제보장이 되지 않는데 어떻게 먼저 완전한 비핵화를 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리비아의 비핵화 이후 「카다피」가 목숨을 빼앗기는 모습을 보았는데 어떻게 그런 길을 갈 수 있겠느냐 말이다. 자신의 체제를 지키는 핵이지만 미국이 체제를 보장하는 만큼, 내려놓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단계적 동시행동원칙으로 가자고 한다. 

북미 하노이 정상회담이 불발로 끝났다. 김정은 위원장은 빈손으로 돌아왔다. 4,500㎞의 장도에 오르면서 김 위원장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그래도 나름 쌓았던 트럼프 대통령과의 긍정적 관계를 믿었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난 김정은과 사랑에 빠졌다”고까지 하지 않았던가. 영변 핵시설의 폐쇄를 조건으로 민생·민수분야의 대북경제제재 해제만은 받아내겠다는 결심으로 정상회담에 임했을 것이다. 

북한에게 비핵화는 미국과 관계개선을 위한 수단이다. 그래야 해외자본을 들여와 경제발전을 할 수 있다. 그래서 북한은 미국과 핵협상을 성공시키고 한사코 북미수교를 이루어야만 한다. 미국에게 북한의 비핵화는 다목적이다. 무엇보다도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을 무력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북한의 핵미사일 실력은 그동안 놀랄 만큼 발전했다. 미국의 미사일 전문가들도 북한이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핵미사일 능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을 무력화하는 것은 그들의 사활적 이익과도 직결된다. 또 있다. 북한과의 핵협상을 트럼프 대통령 자신의 결정적 치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만 노벨상과 재선에도 유리하다. 그러려면 북한의 비핵화 협상이 시간표에 맞춰 극적으로 성공할 수 있게 해야만 한다. 그런 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시간이 아직 자기편이라고 믿는 것은 아닌가? 중국을 견제하고, 동북아의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미국은 한반도 문제에 개입해 있어야 한다. 이런 과정에서 얻는 미국의 대한국 무기판매는 차라리 덤이다. 지난 10년 동안 한국은 세계 제3위 무기수입국이었다. 

한 번 생각해 보자. 우리가 간절히 원하는 한반도 평화가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어떤 것인지. 남북한 평화가 트럼프 대통령 자신의 운명을 걸어서라도 반드시 이루어야 할 사명과 같은 것일까? 남북이 협력해서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고 상호번영하려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반드시 실현시켜야 할 꿈일까? 미국도 그들의 국익을 위해 행동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북한과 아무 것도 못하게 하고 있다. 개성공단도 금강산도 당분간은 다시 열 수 없다고 한다. 우리처럼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간절히 원한다면 북한과 비핵화 협상을 하면서도 얼마든지 협력과 교류를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정상이 아니겠는가. 

미국의 결정이 우리에게는 반드시 따라야 하는 명령이나 마찬가지다. 대북 지원용 ‘타미플루’를 보내는 것도 미국의 눈치만을 보고 있다. 미국을 직접 대적할 수는 없을지라도 북한과 협력할 수 있도록 요구해야 하지 않을까? 한 번 해서 안 되면 열 번이라도 말해야 한다.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하려고 하는 일인데 왜 못하게 하는지, 당신은 진정 한반도의 평화를 원하지 않느냐고 따져보기라도 해야 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그래야만 북한에 대해서도 흔들리지 말고 남한을 믿고 과감한 비핵화를 하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북한의 선 완전한 비핵화만을 요구하는 미국에 문 대통령은 지난 한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빛샐 틈 없는 공조를 약속드린다”고 했다.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서는 북한과도 공조를 해야 할 텐데 말이다. 문 대통령은 지금 어디에 있으며, 북한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 것인가?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남북한 교류협력을 위한 우리의 의지를 모아야 한다. 평화를 향한 우리의 간절한 마음을 담아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에 보내는 것부터 하자. 지금 바로.


김영윤/ (사)남북물류포럼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