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막한 한반도 상황 속에서(21. 05. 04)

지난 4월 30일경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의 대 북한 정책기조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북한과의 외교를 통한 실용적인 접근으로 한반도의 비핵화 달성”으로 요약할 수 있는데, 목표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고 밝혔습니다. 이를 위해, ‘단호한 억지(stern deterrence)’, ‘(눈금을 맞추듯 세밀하게) 조정된 실용적인 접근(calibrated practical approach)’을 이야기하였습니다. 한마디로, 바이든 행정부 대북 정책의 핵심은 완전한 비핵화를 목표로 한 단계적 합의와 이행으로 보입니다. 싱가포르 합의 등 기존 합의를 기반으로 하겠다는 말은 북한의 협상 수용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미국의 성의 표시로 보입니다. 그러면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탑다운 방식의 일괄타결, 빅딜)과도, 버락 오바마 정부(전략적 인내)와도 다른 길을 가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단계적 접근을 통한 외교적 해법 모색을 시사한 것입니다.

이에 대하여 북한은, 지난 5월 2일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직접 겨냥해서 외무성 대변인과 권정근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 명의 담화 2건을 발표하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습니다. 권 국장은 북한의 핵위협에 ‘외교와 단호한 억지’로 대처하겠다고 한 바이든 대통령의 국회 첫 연설에 대해 “미국의 새로운 대조선 정책의 근간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 선명해진 이상 우리는 부득불 그에 상응한 조치들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며, 시간이 흐를수록 미국은 매우 심각한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외무성 대변인 명의 담화는, 미 국무부 대변인이 탈북민 단체 등이 주관한 ‘북한자유주간’을 맞아 북한인권 상황을 비판한 데 대해 “미국이 이번에 우리의 최고존엄을 모독한 것은 우리와의 전면 대결을 준비하고 있다는 뚜렷한 신호로 되며, 앞으로 우리가 미국의 새 정권을 어떻게 상대해 줘야 하겠는가에 대한 명백한 답변을 준 것”이라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한 모독이라고 규정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반발하면서, “남조선 당국은 탈북자 놈들의 무분별한 망동을 또다시 방치해두고 저지시키지 않았다”며 남측 정부가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북한이 이처럼 강력하게 반발하는 것은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불만과 더불어 강력한 항의로 보입니다.

평창 동계올림픽으로 시작된 남과 북의 화해 분위기는 하노이 정상회담 노딜로 막을 내리는가 싶더니, 판문점에서 3국 정상이 만나면서 다시금 희망을 엿보게 했지만, 결국은 답답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보다 더 어둡고 어려운 시절도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과연 남과 북 간에 평화통일이 가능할까? 인간의 지혜와 노력으로는 불가능한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만드는 시간들이 흘러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막막한 상황에서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무엇을 해야 할까요?

첫째, 평화통일은 북한을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남한의 발전과 번영을 위해서도 꼭 필요합니다. 그런데 평화통일은 남측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니, 상대방인 북한(정권과 인민)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외국보다 더 외국 같은 북한이지만, 평화적으로 통일하여 한민족, 한국가로 함께 살아가려면, 옳다 그르다는 판단(判斷)과 인정(認定) 여부 이전에, 지속적인 인내심을 가지고 이해(理解)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북한(정권)을 인정할 수 없는 분들도 이해는 해보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둘째, 주변 4대 강국과의 관계 조정, 분위기 형성이 필요합니다. 독일이 통일을 할 때에는 동독과 서독만으로 통일을 이룬 것이 아닙니다. 유럽의 다른 나라들, 특히 미국의 용인(容認)이 필요했습니다. 우리나라의 통일에 왜 다른 나라가 간섭하냐고 묻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인간 세계 어느 나라든, 자기 나라에 위협이 될 만한 강대국이 탄생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틈만 나면 훼방하고 반대하게 될 것입니다. 이때, 남북통일을 당연시할 수 있는 논리와 정서뿐만 아니라, 이해관계의 조정이 필요합니다.

셋째, 언제일지 알 수 없고, 우리 인간이 기대하는 때와 하나님의 때가 다를 수밖에 없겠지만, 남과 북의 통일은 언젠가는 이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언젠가 우리 주님이 허락하실 그때를 위하여 ‘지혜로운 다섯 처녀’처럼, 우리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주님의 때에 이루어질 평화통일을 위한 준비를 해야 합니다. 법과 제도의 통일, 마음과 사람의 통일, 경제적인 통일, 통일을 위해 분담해야 할 것 등을 준비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쉬지 말고 기도”해야 합니다. 남과 북의 평화적인 통일에 대해 고민하면 할수록, 인간의 온갖 지혜와 노력을 다 짜내도 불가능할 것처럼 보입니다. 하나님의 역사 외에는, 우리 성도님들의 간절한 기도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막 9:29). 간절한 기도가 정답입니다. 전국 각지에서 새벽이든 밤이든 우리 함께 기도드려요. 주님께서 평화 통일의 날을 앞당겨 주시기를….

박종운/ 변호사, 평화통일연대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