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삶을 평화통일에 맞춘다면(21. 01. 26)

애굽에서의 430년 노예의 삶, 그리고 기적 같은 40년의 광야 생활을 끝내고 이스라엘 백성들은 드디어 젖과 꿀이 흐르는 약속의 땅 가나안에 입성한다. 그런데, 가나안 땅의 관문 여리고에서 여호수아를 만난 하나님의 군대 대장은 여호수아에게 느닷없이 신발을 벗으라고 한다(“여호와의 군대 대장이 여호수아에게 이르되 네 발에서 신을 벗으라 네가 선 곳은 거룩하니라 하니 여호수아가 그대로 행하니라”).

여호수아 5장에 나오는 이 구절은 마치 출애굽기 3장의 모세가 꺼지지 않는 떨기나무의 불꽃 앞에서 신발을 벗는 장면과 닮았다. 신발을 벗는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 땅이 거룩하니, 즉 하나님이 임재하시기 때문에 하나님께 경의를 표하라는 것이다. 옛사람을 벗고 성령을 덧입으라는 것이다. 그동안 내 마음대로 살았던 삶을 이제부터는 하나님의 지휘권 아래 묶어 놓으라는 표현이다.

내가 경기도 포천 DMZ 내 해마루촌에 들어온 지도 벌써 2년이 됐다. 기도의 집을 만들어 통일을 위해 기도하며 혼자 살고 있다. 그런데, 어쩌다가 같이 살게 된 개가 새끼를 아홉 마리나 낳았다. 다른 한 마리를 포함해 열한 마리의 개, 거기다 세 마리의 닭이 내게 딸린 식구다.

얘들을 돌보고 먹이는 것도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요즘처럼 추운 날씨엔 얼어 죽지나 않을까 더욱 노심초사 들여다보게 된다. 거기다 여기저기 집도 보수해야 하고, 쓰레기 분리도 해야 하고 하나하나 손을 쓰다 보면 나 스스로가 얼마나 연약한가를 자주 깨닫는다. 환경은 완전히 달라졌는데 살아온 삶이나 능력, 스타일은 거기에 전혀 맞지 않으니 해마루촌을 뛰쳐나갈 게 아니라면 방법은 딱 한 가지밖에 없는 것이다. 새로운 환경에 나를 푹 잠그는 것이다. 그러려면 부지런히 먹이고 돌보고 가꾸고 하는 수밖에 없다. 쉼없이 몸을 움직여야 한다. 

우리가 꿈꾸는 평화통일도 그런 것이리라. 평화통일에 맞게 내 생각, 삶의 방식을 수정하는 것이다. 어떻게 하냐고? 이런 것이 있을 것이다.

북을 더 많이 알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한다. 알면 사랑하게 된다는 말도 있다. 우리가 북한을 위해 기도하고, 평화통일을 추구하는 사람들이라면 북을 알려고 노력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신문도 열심히 보고, 책도 읽고, 기도회나 세미나도 시간 나는 대로 좇아다녀야 한다. 노력과 시간, 돈이 들어가는 일이다.

손해볼 각오를 단단히 하는 것이다. 남북의 통일이 독일의 경우처럼 갑자기 온다면 재앙일 수밖에 없다. 두 나라의 경제력이 4배 차이가 날 때 통일한 동독은 여전히 2등 국민이란 얘기를 듣고 있다. 경제력이 40배 이상 차이나는 남북이 어떤 혼란을 겪을지는 불보듯 뻔하다. 그러니 우선 평화, 점진적 통일이 될 수 있도록 우리는 끊임없이 북한을 지원하고 퍼줘야 한다. 물론 인권 등의 문제에 대해서는 할 말을 해야 한다. 그래야 북한체제도 건강하게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놓치지 말아야 것은 서로에 대한 인정과 존중이다. 남북갈등보다 남남갈등 극복이 어렵다는 얘기가 우스갯소리가 아닌 현실이다. 오죽하면 통일을 추구하는 개인이나 단체끼리도 서로 경쟁하고 분열한다고 할까. 우리에겐 남북의 화해와 한반도 평화라는 공통의 목표가 있다.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과정도 반듯해야 한다. 서로 인정하고, 존중하고, 대화하고, 협력해야 한다. 그 힘이 쌓일 때 북한과도 공존하고 평화하고 통일할 수가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나 한 사람이 날마다 하나님의 임재 속에서 사는 것이다. 요셉은 노예로 잡혀갔지만 이스라엘 민족을 이루는 조상이 되었다. 어디서건 변함없는 코람데오의 자세로 살아냈던 요셉과 같이 나 스스로 하나님의 임재 앞에서 애쓰며 살아갈 때, 이것이 쌓이고 확산돼 정부도 국회도 사법부도, 우리 사회의 모든 것이 복음에 맞게 바뀌어 갈 것이다. 그 복음은 흘러넘쳐 북한에도, 온 땅에도 흘러가게 될 것이다.

정성진/ 크로스로드선교회 대표, 평화통일연대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