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고 협착한 한반도 평화의 길(19. 09. 24)

예수님이 말씀하셨다.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 생명으로 인도하는 문은 좁고 길이 협착하여 찾는 자가 적다’고(마 7:13~14). 나는 예수님의 이 말씀이 평화에도 적용된다고 믿고 있다. “평화로 인도하는 문은 좁고 길이 협착하여 찾는 자가 적음이라.” 평화는 곧 생명이기 때문이다.

북아일랜드의 오랜 갈등을 끝낸 벨파스트 평화협정(1998)은 1968년에 시작해서 30년 만에 테러와 갈등이 반복되는 과정 속에서 체결되었다. 하지만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벨파스트 평화협정을 흔들고 반대하는 세력들이 있고, 폭력과 갈등의 재연은 잠복 중이다. 평화를 세우고 지켜나가는 것은 좁고 협착한 길을 걸어가는 것이다.

1945년 9월 2일, 북위 38도선을 군사분계선으로 삼아 한반도의 남과 북을 각각 미국과 소련이 분할 점령하자는 미국과 소련의 결정으로 한반도는 남북으로 분단되었다. 3년 1개월의 한국전쟁을 거쳐 1953년, 군사분계선은 정전협정에 따라 휴전선으로 고착되었다. 그로부터 66년이 흐른 지금까지 한반도는 전쟁과 폭력, 적대와 갈등의 상징인 이 휴전선을 극복하려는 평화의 시도를 얼마나 해왔을까?

조성렬 박사(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의 최근작, 『한반도 비핵화 리포트』(2019)에 의하면, 한반도 평화를 이루려는 시도는 지금까지 두 번 있었다. 2000년 6월 첫 남북 정상회담과 2007년 10월 2차 남북정상회담. 그런데 두 번 모두 실패했다. 미국과 한국의 대북 강경세력이 각각 대선에서 승리했기 때문이다. 반세기 넘는 분단의 역사를 변화시킬 평화의 시도가 고작 두 번이었던 것이다. 평화의 길은 좁고 협착하다.

2018년 4월, 세 번째 남북 정상회담이 있었고, 6월 첫 북미정상회담(싱가포르)을 거쳐 9월 네 번째 남북정상회담(평양)이 끝났을 때, DMZ의 비무장화가 이루어졌고, 화살머리고지에서는 남북간 도로가 연결되었다. 한반도 대 평화의 시대가 곧 시작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2019년 올해 2월, 두 번째 북미정상회담(하노이)이 결국 대북 강경세력의 파도를 넘지 못하고 실패로 끝났다. 다시 평화의 시도는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재개되었고, 한미 군사훈련과 한국의 스탤스기 도입 증강이 이루어졌다. 남북미 평화 관계는 멈추었고 한반도 평화의 시계는 다시 희미해졌다. 그 틈을 타고 대북강경세력의 준동이 다시 활개를 쳤다. 6월 말 남북미 정상의 판문점 깜짝 회동도 평화의 길을 찾는 데에는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결국 2-3주 안에 갖기로 했던 북미실무회담은 이번 달 9월 말에 열릴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볼턴으로 대표되는 대북강경세력을 물러나게 한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과 한반도 평화의 시계를 연말까지 못 박은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결단이 한몫을 감당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것을 조성렬 박사는 우리 민족에게 ‘신의 옷자락’을 잡는 세 번째 ‘기회의 창’이 열렸다고 표현했다. 이번 북미 실무회담을 통해 좁고 협착해서 희미해진 한반도 평화의 길을 다시 한번 밝혀주길 소망한다. 하노이 회담의 결렬을 넘어서는 3차 북미정상회담을 향한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지만, 그렇게 되지 못한다고 해도 괜찮다. 좁고 협착한 평화의 길, 만남과 대화와 평화를 향한 협상을 계속해서 이어갈 수 있길 바란다. 평화는 철학이고 가치관이고 세계관이다. 길이 협착하여 찾는 자가 적어도 마침내 걸어가야 할 생명의 길이다.

김영식/ 낮은예수마을교회 목사, 평화통일연대 운영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