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연합신문] 평통연대 “체제 아닌 사람 중심의 사고 필요” (2018.01.17)


평화통일연대, 체제 아닌 사람 중심 사고해야 평화통일 가능하다...평통연대 신년하례회
  • 김대진
  • 승인 2018.01.17 00:47
(사)평화통일연대(평통연대·이사장 박종화 목사)가 신년하례회와 총회를 16일(화) 오전 7시 연세대 루스채플 원일한홀에서 개최했다. 총회에서는 새해 사업계획으로 오는 3월 1일 오전 7시 3·1절 기념예배를 종교교회에서 범 교회 차원에서 개최하기로 했다. 아울러 오는 7월엔 범교단 교회들이 함께하는 통일선교대회도 열기로 했다. 이를 통해 평통연대의 설립 취지인 평화통일 담론을 더욱 확산해 간다는 계획이다.
총회에 이어서 열린 신년하례회에서는 평통연대 이사장인 박종화 목사의 ‘평화와 통일을 향한 한국교회의 새 비전’을 주제로 한 기조강연과 토론이 열렸다. 박 목사는 “평화통일은 오래된 담론이지만 항상 새로운 담론이기도 하다”며 운을 뗀 뒤 “한반도 통일은 분단 이전으로의 회귀가 아닌 하나의 새로운 나라 새로운 사회”라며 “이 새로운 사회의 기본 가치관은 통일헌법 만들 때 반드시 들어가야 할 대목”이라고 강조했다. 헌법 개정 때 이 부분을 헌법 전문에 넣는 캠페인을 제안하기도 했다.
사)평화통일연대(평통연대·이사장 박종화 목사)가 신년하례회와 총회
박 목사는 또 “지금 남한과 북한은 서로 통일을 오해하고 있다. 북은 남이 흡수통일 하려고 한다고 생각하고, 남은 북이 적화통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통일에 대한 열기가 식어졌다. 이러한 오해는 현실도 이상도 아닌 불식의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평화통일은 남북 당사자만의 노력으로 되는 게 아니라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들이 이해와 협조가 필수적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박 목사는 그러면서 동서독 통일의 모체가 된 CSCE(유럽안보협력회의)를 벤치마킹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CSCE는 1975년 당시 구소련과 동구 유럽 등 모든 유럽국가 대표들이 핀란드 헬싱키에 모여 유럽의 항구적인 평화체제 결성에 합의하면서 시작됐다.
박 목사는 “CSCE의 핵심은 안보, 경제협력, 인권 3가지였다”며 “이 3각형이 동시에 보장이 되어야 유럽에 평화가 있다. 이러한 담론이 일반적인 얘기 같지만 이것이 독일 통일의 담론이 되고 독일 통일 후에는 이걸 상설 기구로 하자고 해서 1995년 유럽안보협력기구(Organization for Security and Co-operation in Europe)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동북아 평화도 이러한 CSCE를 모델로 한번 엮어 보자는 게 것이다.
박 목사는 “동북아 집단안보를 어떻게 구조화할 것인가, 이 문제는 과거에 있었고 지금도 있지만 수면 아래 가라앉아 있다”며 “특히 안보문제가 심각한데 북핵, 주한미군, 평화체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집단 논의 구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향후 본격화될 남북 교류와 관련해 박 목사는 “체제가 아무리 나빠도 그 체제하에서 사는 백성은 바로 우리 민간의 협력 파트너”라며 “그들은 체제의 희생자일 수도 있고 고통 받는 사람일 수도 있다. 이것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중요하다. 체제가 아닌 사람 중심의 사고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목사는 또 “1988년 서울올림픽이 끝난 뒤 1989년 동구가 무너졌다”며 “이번에 평창올림픽 치르고 나면 내년은 3.1운동 100주년이다. 한반도에도 급격한 변화의 조짐이 있을 것이다. 이론화할 수는 없지만 성령의 바람으로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회주의 체제하의 교회 위상과 역할에 대해서도 짚었다. 박 목사는 “동서독이 갈라졌을 때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 교회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를 놓고 WCC(세계교회협의회) 안에서조차 엄청난 논란이 있었다. 공산주의 하의 교회가 진짜 교회냐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이 논란이 여전히 있다. WCC에서 해결한 방법은 동독이라는 사회주의 체제 속 교회는 사회주의를 위한(for) 교회나 사회주의의(of) 교회가 아닌 다만 사회주의 현장 속에(in) 몸담고 있는 교회라는 것, 이렇게 개념화하고 동서독 교회가 파트너십을 맺었다”고 밝혔다.
박 목사는 “북한의 조선그리스도연맹(조그련)을 만나보면 신학적으로 다른 게 사실이다. 그러나 그게 북한체제의 교회여서 다른 것이지 그것을 가지고 가짜 논쟁에 휘둘리면 안 될 것”이라며 “(사회주의 체제의 교회는) 그 나름대로 하나님이 역사하신다고 믿는다. 얼마 전 태영호 전 공사도 ‘북한교회를 가짜라고 만들어놔도 하나님 역사가 있더라’라고 하지 않았나”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남북통일 이후 건설될 북한 내 지역교회에 대해서는 ‘종합 복지시설’로서 기능해야 한다는 점도 제시했다. 박 목사는 “북한에 가서 의료물품을 전달해준 적이 있는데 북한은 나름대로 사회주의 국가니까 동네마다 보건소가 있다. 북한이 가진 이러한 틀을 긍정적으로 수용해서 복지시설로 기능하도록 도와주면 좋겠다. 교회는 복지마을의 정신·상담센터로 기능하도록 해야 한다. 남한처럼 대형, 중소형 교회들이 서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국 교회 내 냉전적 담론의 문제점도 짚었다. 박 목사는 “통일담론에서 가장 문제가 기성세대의 냉전적 사고다. 이게 미래통일을 좌지우지한다. 그게 아닌 청년세대가 열린 마음으로 통일을 준비하도록 육성해야 한다”면서 “남한의 기술과 자본이 북한의 노동과 함께 가야 한다. 그런 식으로 청년실업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패널로 참석한 유시경 성공회 교무원장은 “적어도 한국교회에서 통일은 마중물이 아닌 끝물”이라며 “한국교회는 늘 세상을 뒤따라가다가 통일의 발목을 잡곤 한다. 제발 그렇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유 교무원장은 내년 3·1운동 100주년을 거론하며 “3.1운동이 우리만의 운동이 아닌 아시아를 관통하는 운동으로 자리매김하도록 100주년을 맞이하고 준비했으면 좋겠다”며 “그 시점에 올림픽이 와 있다. 평창올림픽 2년 뒤엔 도쿄올림픽이 그 2년 뒤엔 베이징올림픽이 예정되어 있다. 6년 내내 아시아에서 올림픽이 열리는 건 중대한 의미가 있다. 이 역사적 의미와 평화를 만드는 일에 한국교회가 앞장섰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승렬 한국기독교사회봉사회 사무총장은 “평화통일을 위한 연대활동이 더 중요해지는데 네트워크의 범위를 더 넓혀가야 한다”며 “한국교회 문제는 복음주의, 보수주의적인 교회가 대부분 반공이데올로기에 붙잡혀 있다는 것이다. 특히 평통연대가 보수적인 교단들이나 교회들과도 대화의 폭을 넓혀갔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다음은 입장문 전문이다. 박종화 이사장의 기조 발제문 전문이다.
평화와 통일을 향한 한국교회의 새 비전
-토의를 위한 제안-
 
1. “오래된 새 목표”: “평화 통일”
- 한반도의 통일은 분단 이전으로의 회기가 아니고, 분단체제의 단순한 봉합도 아니고,
하나의 “새 나라” 내지 “새 사회” 이다.
- 통일국가의 통일헌법에 들어갈 “기본가치”(예: 자유, 정의, 평화, 인권, 복지...)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낼 준비에 나서야 한다. 통일의 목표인 “평화”의 내용을 적시하는 것이어야 한다.
- 현재 “통일”은 남북 쌍방이 오해하고 있다: 북은 “남의 자본주의적 흡수통일”을, 남은 “북의 고려연방제라는 적화통일”로. 이런 오해는 현실도 이상도 아니다. 불식의 대상이다.
- 통일의 필수불가결 요인인 주변 강대국들의 경우 통일이 각국에 “이익”이 되고 적어도 동북아에 집단안보 차원의 “평화가 보장”되는 한 통일을 승인/지원하리라 본다. 여기서 효율적인 동북아 “집단안보”, “경제협력”, “환경 공동체” 및 “인권신장” 등의 청사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참고: CSCE 1975; OSCE 1992 이후)
 
2. 통일의 과정에서의 “평화공존 관리”에 성실하게 임하기
- “평화공존” 자체가 단순히 분단체제의 평화적 관리일 뿐만 아니라, 통일된 “새 나라”의 “마중물”(priming water)이요 동시에 “미리 맛보기”(foretaste)이다.
- 민간차원의 교류협력은 분명히 그 상대가 “북한 동포”로서의 민간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따라서 정부차원 협력의 보완으로, 또 당국 간의 막힌 담을 허는 역할로 자리매김 한다.
- 민간 교류협력은 안보와 경제상의 대량제제 국면에도 불구하고 “평창 올림픽”의 숨통 트임처럼, 소위 “핵 갈등에도 불구하고” 사회, 문화, 종교 등의 민생 교류협력은 지속한다.
- 정부 및 특히 민간 지원은 기본적으로 현금이 아닌 “물품”을 원칙으로 하며, 여기에는 “물고기”와 “물고기 잡는 방법”이 포함된다. 이 지원은 공여자의 욕구가 아니라 수혜자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것이어야 하고, 시혜가 아닌 새 나라를 위한 “미래투자”로 삼는다.
 
3. 한국교회의 “통일 길 닦기” 와 “통일 비전”
- 한국교회는 민간교류협력의 선두에 선다. 파트너인 북의 “조선 그리스도교도 연맹”을 하나의 “Church in Socialism” 으로 보고 협력을 강화한다. 북측의 역량에 따라 남과 북의 지역 교회간의 (초교파적)연대도 추진한다.
- 북녘에 세워질 미래교회는 교파주의 교회가 아닌 “연합교회”이어야 하고, 마을마다의 “종합 복지시설” 의 일환으로 기능토록 함이 좋을 것이다.
- 한국교회는 결국 통일의 주체자로 기능하게 될 “청소년 층”을 대상으로 하는 통일평화 교육과 수련 및 위에 말한 미래 선교비전의 담당자로 육성하는 일에 중점을 둬야 한다.
- 통일의 결과물일 “동북아 평화와 협력”의 틀 속에서 한국교회는 해당 국가들의 교회와 연대하여 “기독교 정신의 함양과 복음 선교”에 공동보조를 취하는 역할을 주도적으로 준비하고 앞장서야 할 자원과 책임이 동시에 부여받고 있다.
김대진  wisestar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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