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코리아뉴스] 남북관계 경색에도 한국교회의 대북지원은 ing~평화협정 체결에 관한 교단 정책담당자 초청 좌담회 (2016.06.15)


남북관계 경색에도 한국교회의 대북지원은 ing~
평통기연, 평화협정 체결에 관한 한국교회 교단 정책담당자 초청 좌담회 개최
김성원 기자
  • 승인 2016.06.15 17:05
역사적인 남북 정상의 첫 만남 6.15는 16년 전의 일이 되었다. 천안함 침몰사건과 그에 따른 대북 교류·협력을 중단한 이명박 정부의 5.24조치는 6년 전의 일이다. 불과 10여년 전까지 남북 교류는 봇물을 이루다가 6년 전부터는 언제 그랬냐는 듯 남북관계는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으로 이어져왔다. 남북 교류의 상징 개성공단이 중단된 지도 4개월이 넘었다. 이밖에 1200곳에 이르는 남북경협 기업들의 폐쇄·폐업 사태, 대북지원 단체들의 개점휴업 상태도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북지원과 통일준비에 누구보다 앞장섰던 한국교회의 모습은 어떻게 달라졌고, 지금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평화와통일을위한기독인연대(평통기연)가 14일 오후 서울 청파동 카페효리에서 개최한 ‘평화협정 체결에 관한 한국교회 교단정책담당자 초청 좌담회’에서는 각 교단 통일선교정책 담당자들이 참석해 교단의 실태를 비교적 적나라하게 소개했다. 여기엔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평화통일위원장 정상시 목사,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선교국 사회선교부장 노덕호 목사, 대한성공회(성공회) 교무원장 유시경 신부,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 총회 기획국장 변창배 목사, 예장 합동(예장합동) 소속이자 기독교북한선교회 사무총장인 이수봉 목사가 참석했다. 사회는 정종훈 연세대 교수(평통기연 공동운영위원장)가 맡았다.
  
▲ 좌담회 참석자들. 정종훈 연세대 교수, 정상시 기감 평화통일위원장, 노덕호 기감 선교국 부장, 유시경 성공회 교무원장, 변창배 예장통합 기획국장, 이수봉 기독교북한선교회 사무총장. ⓒ평통기연
기감 노덕호 목사는 “감리교에서는 서부연회를 중심으로 활발한 대북사업을 전개해 왔지만 남북관계가 정치적으로 민감해지면서 서부연회가 이렇다 할 사업을 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1990년대까지 활발하게 활동하다가 2000년대부터 유명무실해진 평화통일위원회를 재건해 첫 모임을 개최한 것도 불과 4월이다. 앞으로 감리교가 추진해야 할 평화통일선교정책을 구상하고 추진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예장통합 변창배 목사는 “그동안 교단 내 5~6개 단체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북한의 조그련을 파트너로 해서 대북사업을 해왔지만 최근 2~3년 사이엔 대북사업 파트너가 다각화됐다”며 “엔지오를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대북 지원 등 평화통일 사업을 해오고 있다”고 밝혔다.
성공회 유시경 신부는 “세계성공회 등 해외 교단과 연계해 비교적 작은 규모로 대북지원 및 연대 활동을 해왔다. 우리 정부의 5.24조치 이후에도 대북 지원 사업은 이어져오고 있다”며 “외국 성공회 사제를 통해 나선지역 인민병원 건축 및 운영을 돕는 게 그것”이라고 소개했다.
이에 대해 정종훈 교수는 “대개 남북관계가 어려워지면 대북지원도 막히는 법인데 성공회는 쓰리쿠션으로 잘 도리는 것 같다”고 감탄해했다.
  
▲ 14일 오후 서울 청파동 카페효리에서 열린 평통기연 주최의 '평화협정 체결에 관한 한국교회 교단 정책담당자 초청 좌담회' 모습. ⓒ유코리아뉴스
기장 정상시 목사는 “교단 차원에서 평화통일에 대한 결의를 모으기도 했지만 5.24조치 등 남북관계 단절이라는 거대 흐름 속에서 지원활동이 완전히 막혀버렸다”며 “이런 상황에서 (대북지원이 아닌) 기반사업, 대중화 사업을 계속해 나가야 한다. 진보-보수 담론을 넘어 평화냐 전쟁이냐, 분단이냐 통일이냐 라는 큰 줄기를 바라보면서 한국교회가 스스로의 역할을 찾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 목사는 “막힌 담을 허무신 예수 그리스도를 좇는 기독교가 오히려 분단세력화가 된다면 그건 예수님께서 가장 슬퍼하실 일”이라며 “큰 줄기에선 남북관계가 위기지만 현재의 조건과 상황 속에서 나름대로 평화와 통일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예장통합은 평안북도 의주에 아동의류 보내는 사업을 해오고 이다. 변 목사는 “최근 유엔의 대북제재가 강화되고 있지만 우리 교단은 작년 성탄절에도 아동의류 1만 벌을 보냈다”며 “하지만 올해도 과연 보낼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북한과 직접 해오던 사업이 단절된 건 아쉬움이 크다”고 했다.
예장합동 이수봉 목사는 “총신대(예장합동 신학교)에서는 탈북민을 교수로 채용해 현재 학부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며 “특히 대학원에서 통일 관련 강의를 개설해 이번 학기에만 70명이 신청을 해서 수강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타 교단에 비해 비교적 보수적인 입장에 서온 예장합동은 대북지원이나 교단 차원의 결의도 빈번하지 않은 편이다. 이에 대해 이 목사는 “우리 교단이 앞서가지는 않지만 그래도 너무 뒤처지지 않게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성공회 유 신부는 교단의 평화영성교육을 소개하면서 “나이 드신 분들을 대상으로 설명하고 설득하긴 어렵다”며 “대신 다음세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평화영성교육을 해오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좌담회에서는 지난 4월 21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실행위를 통과한 평화조약안에 대한 각 교단의 분위기를 전해들을 수 있었다. NCCK 평화조약안은 모든 외국군의 철수를 규정한 제2조, 남과 북의 불가침과 분쟁의 평화적 해결원칙 준수를 규정한 제4조, 북미 국교정상화와 대결 및 제재 중단을 규정한 제7조 등 총 16조로 되어 있다.
NCCK 가맹 교단으로 평화조약안 통과에 참여한 기장 정상시 목사는 “이 조약안이 NCCK 실행위를 통과했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며 “이런 민족적 상황에서 교회가 돌파구를 열어야 한다는 비상 상황을 인식해야 한다. 정전협정이 60년이 넘었는데 정전을 당연시하는 분위기에서 한국교회가 문제를 제기하는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본다”고 밝혔다.
하지만 예장합동 이수봉 목사는 “평화선언이나 조약도 중요하지만 평화를 이뤄나가려면 마음의 통일도 필요하고 이질성 극복도 필요하다. 차라리 지난 진보정권 10년 동안에 이 평화조약안을 얘기했더라면 훨씬 부드러웠을 텐데 지금처럼 남북이 경색된 국면에서는 이 안이 공감을 얻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성공회 유시경 신부는 “교회가 할 수 있는 일이 여러 가지인데 ‘국책 프레임’에 갇히면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며 “지금처럼 개성공단 철수와 남북경색과 위기 국면에서 교회가 근본을 직시하고 목소리를 내는 건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 좌담회에서 이만열 숙명여대 명예교수(왼쪽)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유코리아뉴스
좌담회에 앞서 이만열 숙명여대 명예교수는 인사말을 통해 “한국교회는 1960-70년대 군부독재와 대결하면서 인권 평화를 증진했다. 그때 한국교회가 맞닥뜨리는 것은 군사정부의 안보논리였다. 여기에 국민들이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했고, 결국 분단 해소가 필요하다는 인식하에 통일운동을 전개했다”면서 1980년대 남북 기독인들의 해외 만남, 1990년대 북한 돕기 사역을 설명했다. 이 명예교수는 하지만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한국교회는 반공적 통일운동으로 변질됐다. 한국사회에서 가장 반통일적인 세력의 하나로 변해갔다. 슬픈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평통기연은 향후 진보-보수를 뛰어넘는 한국교회의 평화통일 담론을 만드는 일을 위해 교단은 물론 연합기관, 개교회 등과 다양한 연합을 추진할 방침이다.
*이번 좌담회 전문은 6월 말에 발행되는 계간 <통일코리아> 여름호에서 볼 수 있습니다.
김성원 기자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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