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아] 너무나 작은, 그러나 정말 큰 통일의 씨알 '조선적'




‘조선적’을 아시나요?
조선시대 말기에는 보다 나은 삶을 위하여 당시의 선진국인 일본으로 이주한 사람들도 있으나, 대개는 중일전쟁이 끝난 1939년 이후 일제가 징용·징병·군대위안부의 형태로 동원한 강제연행 형식으로 300만 이상의 한민족이 해외에 흩어져 살게 되었고, 특히 태평양전쟁 이후에는 동남아시아 및 태평양 지역에 있는 일본군 점령지역에도 분산 거주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8·15해방 이후에는 전 세계로 흩어졌던 한인들이 대거 조국으로 귀국하였습니다. 그런데 재일동포 가운데에는 한국에 돌아오지 않고 일본에 머물면서 특별 영주권을 획득하여 정착한 재일동포가 45만 정도 되는데, 이들은 대개 한반도 남부의 경상도·전라도·제주도 가 고향인 사람들입니다. 이들 가운데 16만 정도는 1965년 한일국교 정상화 이후 일본에서 주민등록증을 발급 받아 일반 영주권 동포로 정착하였습니다.



이들 일본으로 귀화한 자들과 그들 자손이 일본인과 결혼하여 태어난 자녀들이 35-50만 정도 되는데, 이들은 물론 일본국적입니다. 도합 100만 이상이었는데, 최근에는 점차 줄어들어, 2010년 현재 재일동포는 58만 9천 명 정도 됩니다. 이들 가운데는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한국국적을 취득하는 사람들이 늘어나 현재 80% 정도가 한국국적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나머지 20% 정도 되는 재일동포입니다. 한일수교로 한국에서는 한국 국적만 인정하는데, 이들은 분단된 조국의 국적을 가질 수 없다고 하여, 고향이지만 한국의 국적 취득하길 거부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북한은 일본과 수교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북한으로도 국적을 변경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일본으로 귀화하는 것은 결코 원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일본·북한·남한 어디에도 국적을 가지고 있지 않은 재일동포 10만 명 정도가 무국적과 난민의 상태로 있습니다.
이들은 통일된 하나의 조국을 가지기까지는 국적을 포기하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스스로를 ‘조선적’이라 부르면서…

재일동포 자녀의 90%는 일본학교를 다니며 일본인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아니면 앞으로의 장래를 생각해서 한국국적을 취하는 세대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조선적의 일부는, 통일조국에 대한 소망과 민족교육에 대한 열망 때문에, 온갖 차별과 경제적 궁핍을 감수하면서 그 자녀를 ‘조선학교’에 보내고 있습니다.
조선학교는 1940년대 전반까지는 민족교육을 주로 하다가, 2차 세계대전 직후에는 조국에 돌아가기 위하여 ‘국어 강습소’로 운영하면서 1946년 재일조선인련맹(현 총련과 민단의 전신)의 학교로 발전하였습니다. 그러나 1949년-1951년 일본정부가 조선학교 폐쇄령을 내려 백두학원을 제외한 현재의 총련계 학교를 폐쇄시키고, 모든 학교에서 민족교육을 금지하였습니다. 그런데도 일부는 공립 조선인학교를 운영하였으며, 민족학급 등을 마련하거나 또는 개인주택에서 개별교육을 실시하는 형태로 그 명목을 유지하였습니다.
그러다 1950년대 중반 이후 재일본 대한민국민단과 조선인총련합회가 각 계열의 학교를 재건하는 가운데 백두학원은 정규학교인 제1조선학교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1957년부터 북한이 교육 원조비를 지원해줌에 따라 초창기 자금난에 시달리던 조선학교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와 동시에 한국정부에 대해서도 자금 지원을 요구하였지만, 정부는 적극적인 지원을 하지 않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한국국적을 취득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고향으로의 방문이나 자유여행조차 허락하지 않는 형편입니다.
한편, 남한과 관련을 맺고 있는 민단학교는 이제 4개가 남아 있는데, 이들은 일본 정부의 지원을 받기 때문에 일본 문부성의 간섭과 지도를 피할 수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교사의 50% 이상이 일본인이고, 국어와 역사를 제외하고는, 일본 문부성의 검정교과서를 사용하다 보니 민족교육은 날로 약해져 가고 있습니다. 재정은 풍부한데, 민족의 얼과 혼은 점차 사라져가고 있는 것이지요.
이들을 제외하고 일본에 현재 조선적이 다니는 민족학교는 74개로, 총 1만 여명의 학생이 남아 있습니다. 그들은 아직도 흰 저고리에 검은 치마를 교복으로 입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미 거의 다 잊어버린 우리의 풍물과 민속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교사와 학생이 친척처럼, 학생과 학생이 친 형제·자매처럼 서로 가르치고 배우는 학습공동체를 이루고 있습니다. 어머니회뿐만 아니라 아버지회까지 아이들의 교육과 시설 도움에 나서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들을 지금까지 ‘빨갱이’로 알고 있습니다. 다만 국적(國籍) 없이 적막(寂寞)하게 살아가고 있는데… 그러면서도 아무도 적(敵)으로 삼고 있지 않은데…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통일이 도적(盜賊) 같이 다가온다면, 조선적(朝鮮籍)이야 말로 참다운 통일한국인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일제강점기와 남북분단으로 인해 잃어버린 한민족의 얼을 간직하고 이어오고 있는 이들은 진정으로 통일조국의 씨앗이며, 씨알인 것입니다. 하나님은 그 씨앗을 우리 민족에게는 사마리아 같은 일본에 심어 놓으셨던 것입니다.
왜? 무슨 이유로 그리하셨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