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웅] 여수 엑스포와 북한




2012.5.12일부터 전라남도 여수신항 일대에서 100개국이 넘게 참가한 세계 엑스포가 개최되고 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참가국 가운데 북한의 이름이 보이지 않는다.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면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현재의 남북관계는 주지하다시피 현 정부 초기부터 상당히 경색되어 왔으며 천안함, 연평도 사태를 겪으면서 풀릴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김정은에로의 권력세습으로 북한은 체제 추스르기에 올인하게 되어 남북관계 해소에 아직까지는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북한은 남한과의 관계개선보다는 미국으로부터 필요한 것을 얻어낼 요량이었으나 미사일실험으로 현재 모든 것이 교착상태에 빠져있다.



이러한 상황을 볼 때 북한이 여수에서 개최되는 엑스포에 참가했을 리가 만무한 것이 사실, 엄연한 현실이기도 하였다. 그렇다고 해도 아예 처음부터 초청할 것을 포기하는 것도 우리가 취해야 할 입장은 아니었다. 최소한 시늉이라도 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 아니 여러 여건이 허락하지 않는다고 해도 당연히 북한이 참석할 수 있도록 애쓰는 것이 진정한 정책가의 할 일이었다. 엑스포는 핵안보 정상회의같은 정치적 행사도 아니며 순수한 문화축제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였다. 정부가 서울에서 열린 핵안보 정상회의 때 김정일을 초청했던 것은 실현가능성이 있어서라기보다는 다양한 효과를 노린 정치적 제스쳐였다고 보아도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이에 비해 여수 엑스포는 진정성을 가지고 북한의 참가를 제안할 수 있는 사안이었다. 여수 엑스포에 북한의 참가를 추진하는 것이 수면 아래에서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는 것보다 훨씬 현실적이며 실현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정치적 의도를 뒤로하고 순수 문화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의 초청에 북한이 쉽게 응하였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대선을 앞둔 현재, 남한정부와 대립관계에 있는 북한당국이 남한의 집권여당에 유리한 행보를 취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정부당국과 관계자들은 더욱 이것을 추진해 볼만한 사안이었다. 북한의 여수 엑스포 참가는 이러한 정치적 효과는 논외로 하더라고 진정 얼어붙은 남북관계를 녹이는 도화선도 될 수 있었기에 북한의 불참이 안타깝기도 하다. 관계당국은 북한의 참가를 위해 과연 얼마나 애를 썼는가?

세계 100여국이 참가한들 우리의 반쪽인 북한이 참가하지 않았다면 진정 평화의 행사가 되기에는 미흡한 측면이 있을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진정한 세계의 화합과 평화는 분단국인 남북한의 화합과 평화에서 비롯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김일성 100주년 생일에 맞추어 북한당국은 인공위성(미사일)을 발사하였고, 실패했음에도 한반도 주변정세는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는 바 이는 이 지역의 긴장완화를 위해 다양한 채널을 가동해야 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부자와 나사로 비유가 생각난다. 부자는 자기 대문 앞의 거지 나사로에 무관심하였다. 나사로가 굶든, 피부병을 앓든 부자는 자신의 향락생활에 그저 몰두하였다. 그것이 그가 음부에 떨어진 이유이다. 세속적으로 즐기는 삶과 훌륭한 양심은 병행하기가 쉽지 않다. 북한에 의도적으로 무관심하고 초청을 위한 진정어린 노력도 하지 않고서 우리들만의 축제를 즐기는 것이 하나님 보시기에 과연 아름다울지 의문을 가져본다. 북한을, 힘들어도 언젠가는 함께 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오로지 적으로만 생각한다면 통일의 길은 더욱 멀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