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민] 김정은 정권을 어떻게 볼 것인가?




작금의 한반도 안보상황은 매우 불안하다. 미국 정보당국의 공식 발표나 국내의 유수한 기업 쪽에서 분석한 안보지수는 한반도 안보가 분단 이후 가장 불안한 상황임을 숨기지 않는다. 이렇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MB정부가 지난 4년 반 동안 평화정책을 포기했기 때문이고 하나는 북한정권의 불안정성 때문이다. MB정권의 대북정책 기조는 한마디로 비핵개방3,000이었다. 북한이 일정하게 핵을 포기하고 대내외 정책을 개방정책으로 전환하면 수년 내에 국민소득 3,000불이 되도록 경제협력을 아끼지 않겠다는 것이 비핵개방3,000의 요지다. 이런 전제가 받아드려지지 않으면 남북관계의 개선은 없다는 것이 MB정권의 금과옥조였다.



따라서 평화증진을 위한 어떤 프로세스도 진행되지 않았다. 이런 와중에서 금강산관광중단사태, 천안함과 연평도사건이 터진 것이다. MB정권은 이를 빌미로 모든 남북교류를 차단했다. 이와 같은 관계단절은 일시적 조치가 아니라 MB정권 대북기조의 본 모습을 드러낸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MB정권 대북기조의 실체적 진실은 이런 것이다.

① 북한 정권은 너무나 부도덕하고 반민족적 정권이므로 속히 무너질수록 좋다.
② 북한정권이 속히 무너지기 위해서는 철저하게 고립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민간교류까지도 차단해야 효율을 올릴 수 있으므로 민간교류는 중단되는 것이 선이다. 이것이 실체적 진실인데 자꾸 문제를 다른데서 찾으니 논점이 흐려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북한정권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있다. 김정은정권이 3대세습에 의해 승계된 독재정권이라는 것은 오늘날 세상에 유례가 없는 부끄러운 일이다. 보다 본질적인 오류는 국민들의 자유로운 의사가 반영될 수 없는 강요된 공산독재의 유물이라는 것이 더 큰 수치이다. 이것이 우리를 더욱 가슴 아프게 한다.
오늘날 소위 ‘종북파’라 비난 받는 사람들은 이런 점에서 북한 민중의 고통을 외면하고 있는 사람들이 아닐까 생각한다. 북한정권의 정당성에 관해 전혀 관대하지 않은 MB정권의 기본 인식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 여기에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 때문에 북한 정권의 붕괴를 위한 철저한 고립정책이 타당한 것인가?에 대해서는 냉철한 현실인식이 수반되어야 한다. 우리가 그토록 백안시하는 김정은정권이 무너지면 어떻게 될 것인가? 미래를 예단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너무나 빤한 미래마저도 예측하지 못하는 것은 화를 자초하는 일임을 명심해야 한다.
김정은 정권이 붕괴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① 김정은 정권보다 훨씬 친중국적인 정권, 곧 중국의 위성정부에 가까운 정권이 들어설 가능성이 가장 클 것이다.
② 북한 지도부가 중국의 예속을 거부하기로 뜻을 같이하면 김정은정권보다 훨씬 강경한 군부세력이 독자적으로 집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③ 이도 저도 아니면 급작스러운 붕괴의 와중에서 미·중의 양해가 있다면 흡수통일될 가능성도 있으나 거의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김정은정권이 붕괴된다면 이상에서 언급한 범주 이상의 그림이 나올 수 있겠는가? 이와 같은 상황전개는 어떤 경우에도 우리에겐 최악이다. 우리는 어찌하든지 전쟁을 피하고 남북이 평화공존의 과정을 거쳐 평화통일로 나가야 한다. 이것은 전후60년 동안 엄청난 대가를 치루고 얻어낸 남북의 합의사항이다. 지금은 평화공존, 평화통일의 길을 외면하는 자가 가장 파괴적인 반민족세력이다. 우리는 아직도 그 본성이 변하지 않은 김정은정권과 상대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잘 안다.
그러나 근본적인 관점의 변화 없이는 평화공존, 평화통일을 이루어 낼 수 없다는 역사적 진실도 깨달아야 한다. 그것이 무엇인가? 김정은정권은 붕괴되야할 정권이 아니라 남북의 평화공존과 평화통일을 함께 이루어낼 동역자(partner)임을 인식하는 것이다. 예수께서 바리새인들의 위선과 종교적 억압을 힐난하시면서 이런 비유로 말씀하신 일이 있었다. “더러운 귀신이 사람에게서 나갔다가 쉴 곳을 얻지 못하고 다시 들어오니 그 집이 비고 청소되고 수리되었거늘 더 악한 귀신 일곱을 데리고 들어가니 그 사람의 나중 형편이 전보다 더욱 심해졌다. 이악한 세대가 또한 이렇게 되리라”(마12:43-45) 이스라엘이 로마제국의 압제로부터 해방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바리새인들의 위선과 억압 때문에 예수님을 만나지 못하는 상황을 안타까워하시면서 하신 말씀이다. 여기서 로마제국은 본래 있었던 귀신이요, 바리새인지도자들은 일곱귀신이다. 김정은정권도 이와 비슷하다. 김정은 정권은 사람을 괴롭힌 악한 귀신같은 나쁜 정귄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김정은 정권이 무너지면 더 악한 귀신 일곱이 들이닥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그래서 우리는 속이 열두 번 뒤집어져도 마음을 고쳐 잡고 김정은정권이 보다 더 선한 위민정권이 되고 나아가서 민족의 평화통일을 함께 일구어 낼 동반자로 여기는 관점의 변화가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것이다. 그래서 김정은 정권에 대해 때론 침묵도 필요하고 때론 칭찬도 필요하고 때론 따끔한 충고도 필요하고 때론 엄중한 경고도 필요한 것이다. 무엇을 양보하고 무엇을 주어야 할 것인가는 우리들의 지혜다. 문제는 근본적인 관점의 변화이다. 김정은정권은 우리와 함께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이루어야 할 동반자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거기서부터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는 것이다. 이런 생각까지도 다 종북론자로 몰아붙일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