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필규] 회복적 정의로서의 통일


2008년 11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와 조선그리스도교련맹은 평양 봉수교회에서 ‘남북교회 평화통일 공동기도회’를 가졌다. 몇 년간 금강산 온정리에서 양측이 주관해 온 6.15공동선언 이행과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공동기도회의 연장선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남측 참가자 99명은 고려항공을 전세 내어 김포와 평양공항을 이용해 다녀왔다. 북측 대표와의 만남을 가진 참석자들은 큰 감동을 경험했다. 남북의 교회가 각기 준비한 빵과 포도주로 양측교회가 공식적으로 처음 성찬식을 가졌고, 성가제를 통해 하나님의 은혜와 성령의 역사하심을 체험했기 때문이다.


기도회 참석자 대부분은 평화통일을 위해 깊이 기도해 오면서 북측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가진 분들이었지만, 몇몇 분들은 북측에 대한 닫힌 마음을 확인하는 기회로 가신 분들도 계셨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두 가지 반응을 그분들과의 이야기 속에서 접할 수 있었다. 한 면은 북측은 역시 ‘어려운 사람들’이라는 판단이었고, 다른 한 면은 북측도 사람 사는 곳으로서 남측과 체제와 문화의 차이는 있지만, 인간 삶의 지향은 대동소이하다는 것이었다.

그때 강하게 배운 점은 ‘직면의 힘’이 꼭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분단 60년을 살아왔지만, 반만년을 한 땅에서 살아온 민족의 동질성이 얼마나 바뀌었겠는가. 우리는 이제 서로 직면함으로써 성숙된 인간의 모습인 ‘상호의존’의 삶을 지향해야 한다. 나만이 아닌 우리, 우리만이 아닌 ‘더 큰 우리’를 향할 때, 진정한 성숙과 행복한 삶이 모두에게 보장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회복적 정의(Restorative Justice)’라는 개념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이는 성경 말씀처럼 원수가 이웃으로 전환되고, 이웃이 예수님과 하나님으로 전환됨으로써, 원수까지도 예수님처럼 받아들여 사랑함으로 이루어지는 ‘하나님의 정의’이다. 이는 나와 원수 간에 상호 공감이 일어나, 주님 안에서 치유와 화해가 서로에게 이루어져, 하나님의 나라를 이 땅에서 맛보게 하는 것이다.
 
한국교회와 기독인들이 적(enemy)에 대한 이미지를 하나님 사랑의 대상으로 전환하여 민족의 평화통일에 진정 기여함으로써, 세상 사람들이 믿음의 능력이 무엇인지 알 수 있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