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도홍] 현인택 통일부장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통일부 수장에 오른 지 30개월 현인택 통일부장관이 조금은 쓸쓸히 유유히 떠나간다. 떠날 때는 말없이 고이 보내드리는 것이 좋으련만, 어쩔 수 없이 할 말이 있으니 보다 나은 한반도의 미래를 생각할 때이다. 현인택 교수가 통일부장관에 취임할 때 여섯 가지 약속을 국민 앞에 했다.



첫째, 한반도에서 평화를 창출하고 공존공영의 남북관계를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MB 정부 들어 남북관계는 전혀 평화스럽지 아니했다. 물론 북한의 잘못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지만, 본래 남북관계란 늘 그러했다. 그런 전제를 염두에 둔 한반도의 평화, 공존공영의 남북관계를 현 장관은 추구했으나 전혀 성과를 내지 못했다.


둘째, ‘원칙과 기본'을 유지하되 유연한 자세로 임하겠다는 것이었다. 현장관은 강성 이미지만을 남겼다. 문제는 현장관이 ‘원칙과 기본'에서 유연한 자세를 분리해 버렸다. 유연한 자세로 원칙과 기본을 지킬 수 있었더라면, 보다 다른 결과를 낳았을 것이다.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는 속담도 전혀 먹혀들지 아니했다.
셋째,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서 남북이 조건 없이 대화하고, 이를 제도화하며 상호신뢰를 공고히 구축하겠다는 것이었다. 어떤 방식으로든지 만나서 대화를 나눌 용의가 있다고 힘주어 부연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전혀 그러하지 못했다. 대화를 위한 전제인, 북한의 책임 있는 사과를 지금까지 요구하다 물러나게 되었다. 사실은 현장관이 말한 조건 없는 대화가 사과를 받아낼 수 있는 길이었는데도 전혀 그 길에 들어서지 않았다.
넷째, 6자 회담을 통한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적극 협력하도록 하겠으며, 북한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 되도록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바람 역시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이유야 어떻든 막힌 남북관계를 현장관은 풀어내지 못했다. 통일부는 꼬인 남북의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지를 연구하고, 그러한 가운데서도 궁극적으로 하나 되는 통일을 추구하는 부서임에도 문제없는 날만을 기다리다 떠나고 있다.
다섯째, 북한을 향한 인도적 지원에는 적극 협력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현장관은 인도적 지원과 정치적 문제를 함께 묶어 본래 의도를 전혀 이루지 못했다. 그의 사전에는 인도주의는 없었고, 인도주의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했을 뿐이다. 한국교회가 어려운 북한주민들을 도우려 할 때도 그는 정치적으로 그것을 막았고 허락하지 않았다.
여섯째, 국민적 합의에 기반을 둔 통일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현장관은 화난 대통령을 설득시키지도, 강성의 매파들을 향해 통일부가 왜 존재하는지에 대해 설득하지도 못했고, 통일을 위한 국민들의 합의를 추출해 내는 일에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통일부장관다운 소신 있는 발언이나 행동을 해 언론에 등장한 것을 보지 못했다. 그저 MB에 충성된 종일뿐이었다.
 
필자는 기독교통일학회를 통해 헌법적으로 독립된 통일부를 국민의 합의를 통해 신설할 것을 제안한 바 있다. 정권마다 유권자 눈치 보며 이념에 따라 시계추마냥 왔다 갔다 하는 정권유지 차원의 통일정책이 아니라, 민족의 백년대계를 바라보며 국민 합의에 의한 일관성 있는 통일정책을 소신 있게 추진하는 통일부를 둘 것을 제안했다. 국민합의에 의한 통일헌장을 만들어, 통일부는 대통령과도 독립적인 기관으로, 통일부장관은 임기도 대통령과 엇갈리게 하며, 헌법재판소와 같은 식의 헌법적 기관을 두는 것이다. 어쩜 현장관은 취임 초기부터 자신의 쓸쓸한 퇴임을 예상하며 이 여섯 번째 소신을 밝혔는지도 모른다. 국민적 합의에 기반을 둔 그 통일정책이 꼭 있어야 한다고 ...
 
현 장관님, 어쨌든 수고 많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