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인웅 ] 인류평화를 위한 종교인들의 사명


한스 큉은 가톨릭 신학자로서 세계윤리구상이라는 저서를 통해서 종교인들의 세계평화를 위한
무한책임과 사명을 강조하고 있다. "종교 간의 대화 없이 종교 간의 평화 없고, 종교 간의 평화 없이
세계의 평화는 없다"라고 역설하며 평화운동을 하고 있다.
 
인류가 저지르는 죄악 중에 전쟁만큼 총체적 파멸을 초래하는 끔찍한 죄악은 없다.
이러한 전쟁이 저지르는 죄악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그것은 분명 모든 가치를 초월하고 우선하는 것으로 인류가 함께 추구해야 할 보편적 가치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건전한 종교는 각자 추구하는 특수한 도그마(교리)가 있어 모름지기
그 진리추구에 정진해서 그 진리로 인류구원과 세계평화와 인류공동의 행복을 증진하는 데
공헌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진리추구에 몰입하다가 배타와 독선에 빠질 위험이 있고,
확산을 위해 열정을 쏟다가 상대를 무화(無化)시키려는 과격한 방법을 동원하게 되면
상호 갈등과 충돌이 불가피하게 되어, 종국에는 무서운 종교전쟁을 초래하게 된다.
역사적으로 보면 인류는 성전(聖戰)이라는 미명하에 자신이 믿은 신의 이름으로
고귀한 생명들을 처참하게 살육하는 과오를 범한 전과가 있다.
모든 종교는 자신들의 진리가 참되고 우월하다는 것을 증거하려면
그 진리를 삶을 통해서 실천해 보여야만 할 것이다.
그리하면 세상 사람들이 그 생명이 있는 진리를 통해서 실현되는 확실한 열매를 보게 되고,
그것을 통해 그 뿌리인 진리를 믿고 따르는 사람들이 많아지도록 해야만 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중세에 있었던 십자군적인 선교는 그 후유증이 지금까지 너무나도 크기 때문에
그 방법에 대한 반성으로 ‘십자가를 지고 자기희생적인 사랑의 실천을 통한 증언으로
선교방법을 바꾸게 되었다. 그러므로 궁극적으로 복음의 실천을 통해서 평화로운 세계건설에
공헌해야만 할 것이다.
 
이제 우리는 하나님의 나라 구현이라는 큰 틀에서,
에큐메니칼 디아코니아를 통한 복음전파를 통해서
세상에 빛을 비추어야만 세상 사람들이 그 빛을 보고,
평화의 주 예수를 향하여 나오게 될 것이다.
종교다원주의는 경계하지만,
다종교사회에서 종교 간 대화와 협력을 성숙하게
실천함으로 지역과 국가 및 세계 평화를 위해
일해야 할 것이다.
성북동 일대에서 최근 몇 년간 교회, 성당,
절이 연합하여 종교인 바자회를 열고

그 수익으로 지역 중고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여 교육시키는 사례는 좋은 모델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이렇듯 이 땅에 하나님 나라를 위해 평화를 이루는 운동이 계속된다면
진리의 복음은 생명력있게 전파될 것이다.
 
 
 
인간은 사회적인 존재라고 말합니다.
인간은 홀로 살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 인간 공동체 안에서 더불어 살아야만
살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사회적인 존재인 인간에게 정치는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기술입니다.
개인의 관심이나 입장 또는 이해관계는 서로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서로 양보하고 합의점을 찾아내는 정치는 인간 공동체의 절실한 과정이라 할 것입니다.
정치를 제대로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첫째는 서로 다른 사람들이 만나는 것이고,
둘째는 서로 다른 것을 노출하는 대화이고,
셋째는 대화를 통해 합의점을 찾아내는 것이고,
넷째는 합의해 낸 것을 실천해내는 것입니다.
우리는 만나지 않고 대화할 수 없으며, 대화하지 않고
서로의 내밀한 속을 나눌 수 없으며,
내밀한 속을 나누지 않고 서로 신뢰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서로를 신뢰하지 않고서야 무엇을 실천할 수 있겠습니까?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포사격 사태로 인해서
남북관계가 이성적인 대화를 기피하고 전쟁 직전까지 갔던 것이
작년 한반도의 상황이었습니다. 온 국민이 전쟁의 위협 속에서
불안에 떨어야만 했습니다. 이러한 불안은 남한만의 상황이 아니었고,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호가 참여한 한미연합군사훈련이 진행될 때,
북한의 주민들도 함께 겪어야 했던 상황이었습니다.
사실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포사격 사태는 남북간의 대화단절이
원인이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2011년 새해를 맞이해서 북한은 상호비방을 중지하고,
무조건적으로 남북 당국 간에 대화하자고 계속 제안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남한 정부는 북쪽의 진정성과 책임성의 부족을 운운하며,
대화에 소극적이다 못해 아직은 적대적입니다. 어쩌자는 것입니까?
북한 정권이 스스로 붕괴되도록 벼랑 끝까지 밀고 가겠다는 것입니까?
그렇게 해서 북한 정권이 붕괴되면,
북한은 남한 정권의 구도대로 남한의 품으로 들어오기라도 한답니까?
설사 북한이 당장 붕괴되어 남한의 품으로 들어온다고 했을 때,
남한은 그것을 감당할 능력이 있습니까?
지금 한반도에서는 남북 간의 적극적인 대화만이 함께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 대화에는 전제조건이 있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만나서 대화하는 중에 서로의 합의점을 만들어내는 것이지,
전제조건을 충족시켜야 대화한다는 것은 대화를 안 하겠다는 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우리가 정치인을 세우는 것은 대화를 하라는 것이지,
대화하지 않고 관계를 악화시키라는 것이 아닙니다.
이왕지사 북한이 대화를 제안했다면, 대화에 기꺼이 응하는 것이
남한 정부의 수순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대화의 거부가 정치의 파산선고임을 알아야 합니다.